딸 변시 볼 때 관리위원 맡았던 박영재 "공정성 의심 소지 우려, 송구"

입력
2024.07.24 18:27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딸 지난해 1월 변시 응시 기간 기조실장
기조실장은 당연직 시험 관리위원 위촉
"추천 제외 사유 공문 못 봐", 딸은 탈락

박영재(55·사법연수원 22기) 대법관 후보자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과거 법무부 산하 변호사시험 관리위원으로 활동하던 시기 딸이 변호사시험에 응시한 데 대해 사과했다. 당시 딸의 시험에 관여한 건 아니지만 공정성에 오해의 소지를 남겼다는 점은 인정한 것이다.

박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관리위원으로 위촉된 기간이 딸의 첫 번째 변호사시험 응시 시기와 겹친다는 김기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공정성에 의심이 갈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이고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는 2021년 4월 5일부터 2년간 변호사시험 관리위원으로 위촉됐다. 박 후보자는 2021년 2월부터 2년 동안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으로 근무했는데, 기조실장은 관행적으로 관리위원으로 추천된다고 한다. 박 후보자 딸은 아버지가 관리위원을 맡고 있던 2023년 1월 10일 변호사시험에 응시했다. 관리위원회는 시험문제의 출제 방향 및 기준, 채점기준 등을 심의하지만 시험 출제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박 후보자는 "딸이 치른 시험에 직접 관여하거나 영향을 끼칠 순 없었다"고 거듭 강조하면서도 "정보가 갈 수 있지 않느냐는 우려는 있을 수 있다"고 수긍했다.

박 후보자 딸은 그해 시험에서 떨어졌고, 이듬해 재응시해 합격했다. 법무부가 대법원에 보낸 변호사시험 관리위원 추천 요청 공문에 '직계비속이 3년 내 변호사시험 응시 예정이라면 추천 제외해 달라'는 문구가 적혀있다는 백혜련 민주당 의원 질의에 대해선 "몰랐고, 당연히 위원 추천 전 저런 내용을 알려줬어야 한다. 제도적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박 후보자는 이날 정치적 현안과 관련한 민주당 측 질의에 대해선 원론적 입장을 내놓으며 말을 아꼈다. '판결 과정에서 유력자들이 항의를 하는 것은 사법권의 독립을 어기는 것 아니냐'는 김 의원 질의에는 "재판 독립에 큰 침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최근 대법원에 방문했는데, 그것이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 재판 병합 기각 결정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대법관들이 영향을 받았을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고 일축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관련 질문에는 "제 문제라면 (고가의 명품을 받았으면 신고하거나 법률적 절차를 밟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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