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낙마로 일약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가 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기세를 올리고 있다.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내 앞서가던 지지율 각축이 역전됐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고, 해리스 대통령은 첫 유세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맹공을 가했다.
23일(현지시간) 결과가 공개된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의 공동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양자 가상 대결일 때 44%의 지지율을 기록, 42%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섰다. 오차범위(±3%포인트) 안이지만, 줄곧 우위를 보여 온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월을 허용한 것이다. 조사는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이튿날인 22일부터 이틀간 등록 유권자 1,01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일시적 변동에 불과하다는 게 트럼프 측 판단이다. 트럼프 캠프에서 여론조사를 담당하는 토니 파브리지오는 이날 공개한 내부 문건에서 “단기적으로 여론조사가 바뀔 수 있지만 그녀가 누구인지는 달라지지 않는다”며 “허니문은 끝나고 유권자들은 다시 바이든의 부조종사인 해리스의 역할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1월 대선 때 실제 득표로 연결될 개연성도 없지 않다. 미국 뉴욕타임스가 소개한 민주당 슈퍼팩(정치자금 모금 조직) ‘프라이어리티 유에스에이(Priorities USA)’의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승부가 기울지 않은 대선 경합주(州)의 18~34세 민주당 지지자 중 대선 때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대답한 유권자 비율이 바이든 대통령 하차 뒤 24시간 만에 5%포인트나 늘었다.
청년층뿐만이 아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을 때 투표하려는 의지가 강하지 않던 흑인과 아시아계 미국인 유권자 집단을 해리스 부통령이 유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자메이카 이민자 출신 부친과 인도계 모친 사이에서 태어났다.
올해 78세인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도 스무 살 가까이 적은 해리스 부통령(60세)이 고령 약점 탓에 늘 수세였던 82세 바이든 대통령 대신 나서자 공수가 전환됐다. 경합주인 위스콘신주의 밀워키 교외 지역에서 진행한 바이든 대통령 사퇴 뒤 첫 대중 유세를 통해 자신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국가 비전을 ‘미래 대 과거’로 대비하며 세대 교체 효과를 십분 활용했다.
더불어 그는 자신의 검사 경력을 부각하며 4개 사건으로 형사 기소되고 한 사건에서는 유죄 평결까지 받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중범죄자’로 규정했다. ‘성착취자’, ‘사기꾼’으로도 불렀다. 미국 언론들은 해리스 부통령이 시도한 대조가 바이든 대통령 때보다 선명했고, 그의 적극 공세에 유세장 분위기도 활기찼다고 평가했다.
해리스 대세론은 당원 결집과 후원금 답지로 구현됐다. 중립을 지키던 민주당 상·하원 원내대표 척 슈머, 하킴 제프리스까지 이날 공동 기자회견으로 해리스 부통령 지지 의사를 표명했고, 바이든 대통령에게 용퇴를 촉구한 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도 지지 대열에 합류했다. 후원금의 경우 바이든 대통령 사퇴 선언 뒤 41시간 만에 기부자 110만여 명으로부터 1억 달러(약 1,400억 원) 넘게 모금됐다.
지금 분위기로는 해리스 부통령이 다음 달 초 일주일간 실시되는 민주당 온라인 대의원 투표에서 무난히 후보로 지명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일부 주의 대선 후보 등록 시한을 고려해 다음 달 19~22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릴 예정인 전당대회 전에 미리 후보를 확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