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쓰레기 풍선에 대통령실·국회도 뚫렸다…"낙하 장소 파악했지만 격추 안 해"

입력
2024.07.24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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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 후 수거' 조치 매뉴얼 똑같이 적용
기폭장치 타이머 설치 풍선 비중 높아져
풍향, 풍속 계산 땐 목표 지점 특정할 수도
군 "내용물 쓰레기인 이상 대응 방식 유지"

용산 대통령실과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북한의 쓰레기 풍선에 뚫렸다. 북한이 의도적으로 풍선 낙하지점을 설정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가 주요 시설에 대한 방공 보안이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대통령실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7시 25분쯤 서풍을 틈타 쓰레기 풍선을 남쪽으로 날려 보냈다. 사흘 만으로 올해 10번째 풍선 도발이다. 오후 4시 기준으로 300개 이상의 풍선이 포착됐으며, 이 중 250개가량이 경기북부와 서울 지역에 집중 낙하했다. 내용물은 종이와 비닐류의 쓰레기가 대부분으로, 위해 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

특히 이번엔 용산 대통령실 경내로도 풍선이 떨어졌다. 공중에서 내용물이 터지면서 흩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대통령실 인근에서 발견된 적은 있었지만 경내로 낙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관측 장비를 통해 풍선의 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상공으로 이동하는 걸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으로 "(낙하 예상 장소 역시) 명확하게 측정해 낙하 후 화생방 대응팀이 수거해 조사한 결과 위해 물질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또 이날 오후엔 여의도 국회도서관 인근과 국회 정문에서도 쓰레기 풍선 내용물이 발견됐다. 국회 사무처는 행인의 제보를 받고 군부대에 신고했고, 군 처리반은 발견 1시간 만에 내용물을 수거해갔다. 국회 경내에서 쓰레기 풍선이 발견된 것은 지난달 25일 이후 두 번째다.

주요 시설물인 대통령실과 국회에서 동시에 풍선 내용물이 발견되면서 일각에선 "낙하 전에 더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북한이 풍선을 이용해 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었던 것 아니냐는 우려다. 당장 야당은 "명백한 안보 참사이며 대응실패"라고 정부를 몰아세웠다.

군 안팎에서도 이 같은 우려를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는다. 군 조사에 따르면, 최근 북한이 날려보내는 풍선의 경우 5월 무렵 띄운 초기 풍선에 비해 타이머 설치 비율이 높다. 풍향과 풍속을 고려해 부양 지점을 정하고, 기폭장치에 타이머를 달아 비교적 정교하게 목표로 삼은 위치에서 내용물이 터지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초기에 비해 서울·경기 지역에 풍선 낙하가 집중되는 것도 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통령실 경호처 관계자는 이에 대해 "풍선을 사전에 격추할 경우 오염 지역이 넓어지기 때문에 '낙하 후 수거'로 대응키로 한 군 매뉴얼을 똑같이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참 관계자는 "내용물이 일반 쓰레기인 이상 풍선 대응 매뉴얼은 변함이 없다"며 "국가 주요 시설의 경우 접근하는 풍선을 지속 감시하면서 낙하 후 즉각 수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못 한 게 아니라, 매뉴얼에 따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통령실·국회 등에만 특별 대응하는 게 국민감정에 어긋난다는 점도 일부 고려됐다.

합참은 물론 풍선의 내용물이 단순 쓰레기가 아니라 위해 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의심된다면 조치 방법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더해 군 관계자는 "풍선이 아닌 북한 무인기 등이 접근할 경우 전방 부대부터 겹겹이 추적·격추 시도를 한다"고 해명했다. 군 당국은 2022년 12월 대통령실 일대 비행금지구역 안으로 들어온 북한 무인기를 놓친 이후, 무인기 관련 작전 개념을 대폭 보완했다.

김경준 기자
나광현 기자
박선윤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