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폭염에 노 에어컨? 파리 날씨 경험해보니...우리가 우려했던 더위 아니다

입력
2024.07.2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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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날씨
최고 온도 역시 30도 안 넘어
예상보다 덥지 않아 선수촌도 활기
유비무환 체육회, 냉풍기와 에어컨 구비

2024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는 폭염이었다. 친환경 올림픽을 표방하느라 대회 조직위원회는 ‘노 에어컨’을 표방했다. 3년 전 도쿄 올림픽 때 다리에 화상을 입을 정도로 무더위를 경험한 골프 국가대표 김효주는 “진짜 숙소에 에어컨이 없나. 그러면 진짜 버티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2021년 섭씨 34도, 습도 70%를 기록해 역사상 가장 더운 대회로 기록됐던 도쿄 올림픽보다 파리 올림픽이 더 심각한 상황 속에 치러질 수 있다는 전망도 걱정을 키웠다. 실제 살인적인 폭염이 지구촌 전체를 덮쳐 사망자가 속출하는 추세다. 지난해 프랑스 전역에선 약 5,000명이 무더위로 숨지기도 했다. 이에 각국 선수단은 유비무환의 자세로 냉방 대책을 세우고 파리로 향했다.

그러나 올림픽 개막이 가까워질수록 파리 날씨는 아침, 저녁으로 선선하다. 개막을 이틀 앞둔 24일 날씨는 오전 10시까지 20도 이하, 낮 최고 온도는 26도다. 맑을 때는 햇빛이 강하지만 습도가 낮아 무덥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후 9시까지도 해가 떠 있어 식당 야외 테이블에서 식사를 즐기는 관광객과 시민들이 많다. 길거리에는 긴팔 티셔츠와 긴바지를 입은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8월 초에는 더위가 극심해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현재 기상 예보는 8월 11일 폐막일까지 최고 30도를 넘지 않는다. 기온도 보통 최저 14~16도, 최고 27~30도 정도로 예상된다. 대체로 맑은 날씨가 이어져 현재 예보대로라면 파리는 축제 기간 ‘축복받은 날씨’가 된다. 경기장이 아닌 사상 첫 야외 개막식이 열리는 26일 기온도 최저 16도, 최고 25도다.

23일 취재진에 공개된 선수촌은 진짜 실내 에어컨이 없었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이 쓰는 방 내부 온도는 오후 3시 기준으로 27도였다. 혹시 모를 더위에 대비해 대한체육회는 냉각 장비를 별도로 89개를 구매해 방마다 냉풍기를 들여놨다.

또 선수단이 요청할 때 나눠주기 위한 이동식 에어컨 26대도 준비했다. 당초 실내 에어컨 설치도 고민했지만 ‘소비 전력’ 문제로 조직위원회가 반대의 뜻을 나타내 이동식 에어컨으로 대안을 마련했다. 선수촌 방안 가구에는 친환경 특수 냉매제를 활용한 쿨링 재킷도 넣어뒀다.

파리 기온이 예상보다 선선해 국가대표 선수들은 더위에 고생하지 않고 컨디션 관리를 하게 됐다. 체육회 관계자는 “선수촌이 생각만큼 덥지 않아 이동식 에어컨을 분출한 경우는 아직 없었다”며 “오히려 밤에 추워 담요를 구비하는 선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무더위라는 큰 변수가 사라지자, 선수촌은 각국 대표 선수들의 밝은 에너지로 가득 찼다. 훈련이 예정돼있지 않은 선수들은 방 밖으로 나가 파리의 맑은 하늘과 선수촌 옆 센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즐겼다. 스페인, 이탈리아 선수단은 훈련과 산책을 겸해 자전거를 타기도 했다.

세계 언론이 모여드는 미디어 센터도 냉방 장치가 시원하게 돌아갔다. 컨벤션센터 ‘팔레 데 콩그레’ 2층에 마련된 미디어 작업 공간은 계속 머물고 있으면 춥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친환경 대회를 추구해 실내 공간 역시 냉방이 잘 안되면 어쩌나라고 우려했던 건 괜한 걱정이었다.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은 대체로 긴팔 외투를 걸쳐 입었다. 내부 온도가 몇 도인가라는 질문에 한 자원봉사자는 “모르겠다”며 웃은 뒤 “우리도 추워서 지금 지급받은 외투를 계속 입고 있다”고 답했다.

파리 = 김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