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2일로 임기가 끝난 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을 또다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으로 23일 위촉했다. 윤 대통령이 방심위원 9명 중 대통령 추천 몫 3명만 기습적으로 위촉한 직후 여권·대통령 추천 몫 위원 5명은 바로 회의를 열어 류 전 위원장을 새 위원장으로 호선했다.
방심위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23일 류 전 위원장, 강경필 변호사, 김정수 국민대 교수를 6기 방심위원으로 위촉했다. 전날 임기가 만료된 류 전 위원장을 재위촉한 것이다. 류 위원장은 가족·지인에게 ‘김만배-신학림 녹취록’을 보도한 언론사를 심의하도록 민원을 넣게 했다는 민원 사주 의혹을 받고 있으며, MBC 등 정부 비판 방송사에 대한 무더기 징계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법무법인 이헌 대표변호사인 강경필 변호사는 대검찰청 부장 등을 지냈으며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미래통합당 후보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적이 있다. 김정수 교수는 KBS PD 시절 이승만 전 대통령을 다룬 다큐멘터리 3부작을 제작했다.
여권 추천 위원들은 곧바로 류 위원장을 호선했다. 대통령실의 위촉 사실이 알려지기도 전에 이날 위촉된 위원 3명과 임기가 다음 달 5일까지인 여권 추천 5기 위원 김우석·허연회 위원은 비밀리에 전체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방심위 기본규칙상 중요한 정책은 7일 전, 일반적인 사항은 2일 전 회의 날짜를 지정해야 하지만 이날 회의는 이런 절차도 없이 긴급하게 열렸다. 이에 대해 류 위원장은 한국일보와의 전화에서 "방심위는 단 하루도 비울 수 없다"며 "위원장 호선은 긴급한 사안이라 급히 회의를 연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 방심위지부 관계자는 "회의 사실을 알고 회의실을 찾았으나 위원들이 문을 걸어잠근 채 회의를 진행한 후 류 위원장은 계단을 통해 방심위를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방심위 1층에서는 차에 타고 방심위를 떠나려는 류 위원장이 최민희 과방위원장, 방심위 노조와 대치하기도 했다.
류 위원장은 호선 후 인사말에서 "방심위 심의 활동은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중요한 활동인 만큼 하루라도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현재 임기가 만료됐거나 앞으로 임기가 만료될 예정인 위원들의 후임을 국회가 관련법에 따라 신속하게 추천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방심위는 대통령·국회의장·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각각 3명씩 추천한 9인으로 구성되며, 임기는 3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