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 돌아왔다. 23일 국민의힘 당대표에 선출됐다. 총선 참패로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난 지 103일 만이다. 일성으로 '변화'를 강조하며 새로운 당정관계를 예고했다. 아울러 '국민 눈높이'와 '외연 확장'을 강조했다. 당권을 넘어 차기 대권을 꿈꾸는 그가 윤석열 대통령과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정부의 남은 임기 3년이 달렸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2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찬 회동을 갖고 당정 화합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이날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서 62.84%를 얻어 결선투표 없이 당선됐다. 지난해 김기현 대표(52.93%), 2021년 이준석 대표(43.82%)의 당대표 선거 득표율을 웃도는 수치다. 당권을 놓고 경쟁하며 결선투표를 노렸던 원희룡(18.85%) 나경원(14.58%) 윤상현(3.73%) 후보는 '한동훈 대세론'의 벽을 넘지 못했다.
최고위원으로는 장동혁(20.61%) 김재원(18.70%) 인요한(17.46%) 김민전(15.09%) 4명이 선출됐고, 청년최고위원에는 진종오(48.34%) 의원이 당선됐다. 이 중 장동혁 진종오 최고위원은 친한동훈계로, 김재원 인요한 김민전 최고위원은 친윤석열계로 각각 분류된다.
한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당원동지와 국민 여러분은 오늘 국민의힘의 변화를 선택하셨다"며 변화에 방점을 찍었다. 변화 과제로 △민심과 국민 눈높이에 반응할 것 △미래를 위해 더 유능해질 것 △외연 확장 등을 꼽았다. 현 정부·여당의 아픈 구석을 찌른 셈이다.
한 대표는 "건강하고 생산적인 당정관계와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서 민심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때 그때 때를 놓치지 말고 반응하자"며 당정관계의 변화도 시사했다. 이후 취재진과 만나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의 비공개 출장 조사 논란과 관련 "조사가 미뤄지던 것을 영부인께서 결단해서 대면조사가 이뤄진 것"이라고 단서를 달면서도 "수사 방식을 정하는 데 있어서 국민 눈높이를 더 고려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사 방식에 문제가 없다던 대통령실이나 친윤계의 반응과 온도차가 뚜렷하다. 앞서 반대 당론과 달리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혔던 '채 상병 특검법'을 두고도 "지금도 생각이 같다"면서 "당내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토론해 보겠다"고 검토를 공식화했다.
친윤계의 거센 반발은 넘어야 할 과제다. 한 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전당대회 직후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당정 화합’의 포부를 전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방송 인터뷰에서 "앞으로 당정이 화합해서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말씀드렸다"며 "윤 대통령이 고생 많았다, 잘해 달라는 취지로 격려했다"고 했다. 당의 화합을 두고도 “우리 당에 앞으로 친한(동훈)이니 누구니 하는 정치 계파는 없을 것”이라며 “유능한 분들, 경륜 있는 분들과 함께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24일 한 대표를 비롯한 신임 지도부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만찬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훈 특검법'으로 압박하는 야당의 공세에는 "그런 억지와 협박으로 저와 우리 국민의힘이 새로운 변화로 향해 나아가는 것을 방해하지 못한다"고 일축했다. 이어 "그쪽이야말로 매크로나 댓글팀을 운영하는 '손가락 혁명군'이나 이런 걸 파보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맞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