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욕먹었나... '성범죄 누명 사건' 동탄서, 자유게시판 폐쇄

입력
2024.07.23 19:00
경기도 다른 경찰서는 정상 운영
누리꾼들 "폐쇄 칭찬한다" 조롱

'성범죄 누명 사건'으로 지탄받은 경기 화성동탄경찰서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의 운영을 돌연 중단했다. 이 게시판에 경찰의 부실 수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그치지 않자 전격 조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23일 기준 화성동탄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접속하면 '그동안 자유게시판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행정기관 민원서비스 통합방침에 따라 모든 민원은 하단에 있는 경찰민원포털로 통합 운영됩니다'라는 안내문이 나온다. 홈페이지 화면 하단에는 경찰 민원포털로 접속할 수 있는 링크가 나와 있다. 자유게시판에서 새로 글을 쓰거나, 기존 게시글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반면 같은 경기남부경찰청에 소속된 용인동부경찰서나 분당경찰서 등은 자유게시판을 계속 운영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누리꾼들은 화성동탄서가 최근 '성범죄 누명 사건'으로 비판의 도마에 오르자 자유게시판 운영을 중단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허위 신고 의존해 조사... 비판 화살

지난달 23일 "화장실에서 누군가가 훔쳐봤다"는 50대 여성의 신고를 받은 화성동탄서는 신고자 진술에 의존해 이날 화장실을 출입한 20대 남성 A씨를 범인으로 특정했다. A씨의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는 상태였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는 담당자의 강압적인 태도가 논란이 됐다. 그러다 신고자가 "허위신고를 했다"고 자백하면서 A씨는 혐의를 벗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부실 수사로 판명되면서 경찰에 "왜 유죄 추정을 했느냐"며 비판의 화살이 집중됐다.

화성동탄서는 A씨에 대한 신상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A씨의 결백이 드러난 동시에 신고자는 무고 혐의로 입건됐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신고자 남편으로부터 선처를 호소하는 전화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화성동탄서 측은 "A씨의 개인정보를 (신고자 측에) 직접 전해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칭찬합시다' 게시판서 자유게시판 폐쇄 조롱

화성동탄서의 게시판 폐쇄 조치를 두고 누리꾼들은 조롱했다. 화성동탄서 홈페이지의 '칭찬합시다' 게시판 접속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되자, 누리꾼들은 이 게시판에서 "자유게시판 폐쇄를 칭찬한다"며 반어법으로 비판했다. '칭찬합시다' 게시판은 원래 경찰의 민원 해결 등 미담 사례를 공유하는 공간이다. 한 누리꾼은 "떳떳하면 가만히 있지 왜 자유게시판을 폐쇄하나"라고 반문했다.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를 방문한 A씨에게 직원이 "떳떳하시면 가만히 있으면 된다"며 부적절한 언행을 한 사실을 꼬집은 것이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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