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벤처 신화' 김범수 결국 구속…충격에 빠진 카카오의 앞날은 시계 제로

입력
2024.07.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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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증거인멸·도주 우려" 구속 필요성 인정 
악재 계속되는 카카오 내부 "예상 못한 결과"

카카오 창업주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시세 조종 혐의로 23일 오전 1시쯤 전격 구속됐다.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는 오너 부재 위기로 경영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벤처 1세대이자 창업가들의 롤모델인 카카오 총수의 구속에 IT(정보기술) 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 여부를 가리는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후 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이유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2023년 2월 하이브와 SM엔터 경영권 인수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경쟁자인 하이브를 방해하려 SM엔터 주식을 단기간에 대량 매입할 것을 보고받거나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하이브가 SM엔터 주가가 급등한 이유를 조사해달라고 금융감독원에 요청하며 수사가 시작됐다. 이에 금감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수사해 지난해 11월 기소 의견으로 김 위원장을 검찰에 송치했고 8개월 동안 검찰이 수사해왔다.

검찰은 앞으로 1회 구속 기간 연장을 통해 최장 20일 동안 김 위원장을 구속 상태에서 수사할 수 있는데, 김 위원장이 시세 조종에 직접적으로 개입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해 재판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충격에 빠진 카카오… "예상 못했다"

김 위원장의 구속으로 카카오는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카카오의 고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혐의가 확정된 게 아니고 관련 혐의자들도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구속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라고 했다. 실제 카카오 측과 공모한 혐의로 4월 구속기소된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는 전날 보석으로 석방됐다.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도 지난해 11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3월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받고 있다. 법원이 대기업 총수에 대해 이례적으로 '도주 우려'까지 인정한 데 대한 불만도 나온다.

재계 서열 15위(2023년 기준) 대기업이자 한국 벤처 신화의 상징으로 꼽히는 카카오의 총수가 구속된 데 대한 충격도 크다. 카카오의 또 다른 관계자는 "카카오는 판교 IT 신화를 이끌어온 상징 기업"이라며 "전문경영인이 있더라도 리더인 총수의 과감한 의사결정과 리더십이 없으면 시시각각 변화하는 IT 흐름에 제때 대응하기가 힘들 텐데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18일 카카오 임시 그룹협의회에서 임직원들에게 "혐의는 사실이 아니고 어떤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중심 잃은 카카오 경영은 '시계제로'


카카오 경영은 '시계 제로' 상태에 놓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비상경영을 선언한 후 카카오의 위기 극복을 위한 경영쇄신위를 출범시킨 뒤 조직 정비에 공을 들여왔다. 지난해 말 준법·윤리 경영 감시를 위한 외부 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를 설치하고 올해 2월에는 그룹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를 개편한 게 대표적이다. 계열사 CEO(최고경영자)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던 김 위원장 중심의 중앙 집권 체제로 그룹 체질 개선에 나선 것. 그 결과 지난해 147개에 달하던 계열사를 1년여 만에 124개로 줄이며 일정 정도 성과를 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구속되면서 쇄신 작업이 동력을 잃게 됐다. 오너 리더십 공백으로 해외 진출을 위한 인수합병(M&A)이나 기업공개(IPO)처럼 굵직한 의사 결정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은 특수관계인을 합쳐 카카오 지분 24.03%(3월 말 기준)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그룹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인공지능(AI) 서비스 개발 등 신사업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만약 김 위원장이나 카카오 법인이 재판에서 벌금형 이상을 받는다면 관련 법에 따라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한편 카카오의 이날 주가는 3만8,850원으로 금융감독원이 김 위원장을 상대로 본격 조사를 시작한 지난해 11월 2일(3만8,550원) 이후 8개월 만에 처음 3만원 대로 하락했다.





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