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감찰부 조사' 지시 당일, 디올백 수사팀 검사 사표

입력
2024.07.22 19:44
"수사 열심히 했는데, 회의감 느낀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자신에게 보고하지 않고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 의혹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한 22일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김 여사를 조사한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가 이에 반발, 사의를 표명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소속 김경목(44·사법연수원 38기) 부부장검사는 이날 사표를 제출했다.

김 부부장검사는 이 총장이 5월 2일 송경호 당시 서울중앙지검장(현 부산고검장)에게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관련 전담수사팀을 구성하라고 지시해 같은 검찰청 형사1부(부장 김승호) 수사팀에 다른 검사 2명과 함께 투입됐다. 그는 20일 서울 종로구 소재 대통령 경호처 보안청사에서 이뤄진 김 여사 조사에도 참여했다.

김 부부장검사가 사의를 표명한 건 이날 이 총장 지시를 받아 대검찰청 감찰부가 서울중앙지검의 김 여사 '출장 조사' 경위에 대해 진상 조사에 착수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총장은 이날 오전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출장 조사' 경위에 대해 보고 받은 직후 "총장 보고 없이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 조사를 한 경위에 대해 진상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진상 조사는 감찰에 비해 한 단계 낮은 수준으로, 징계를 염두에 두고 진행되는 감찰과 구별된다. 그럼에도 김 부부장검사는 주변에 "사건을 열심히 수사했을 뿐인데 감찰 대상으로 분류돼 회의를 느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사의를 접한 주변 검사들은 일단 휴가를 보내면서 다시 생각해보라고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최재훈)·형사1부는 20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및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를 조사했는데, 조사가 끝나기 2시간 전에야 사후 '통보'를 받아 '총장 패싱' 논란이 일었다.

서울중앙지검은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이 배제된 도이치모터스 사건 조사를 진행하면서 생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는 입장이다. 또, 총장 지휘권이 살아있는 명품가방 수수 사건에 대한 보고가 늦어진 데 대해서는 "김 여사 측이 대면 조사를 피해 도이치 사건 조사를 먼저 진행했고, 보안청사 특성상 수사팀 휴대폰 소지가 제한돼 보고가 늦어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최동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