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김영삼 전 대통령 계란 투척 봉변 사건(사진·1999)

입력
2024.08.19 04:30
25면

편집자주

매일매일, 시시각각 한국일보 플랫폼은 경쟁매체 보다 빠르고 깊은 뉴스와 정보를 생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1954년 창간 이래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거나 국민적 감동을 이끌어낸 수많은 특종이 발굴됐다. 지난 70년 다수의 특종과 사건 중 파장이 컸던 내용들을 연도별로 안배해 ‘70대 특종’을 골라내 뉴스 이용자들에게 소개한다.

순간을 포착한다는 의미에서 사진 특종은 때로는 수백 권의 기록물도 하지 못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우리 언론계에서는 1999년 6월 3일 한국일보 사진부 고영권 기자가 촬영한 ‘김영삼 전 대통령 계란 투척 봉변 사건’ 사진을 대표적 사례로 꼽는다. 당시 김포공항에서 김 전 대통령을 밀착 취재한 고 기자가 카메라 셔터를 누른 때가 공교롭게도 계란을 맞고도 김 전 대통령이 이를 느끼지 못하는 찰나의 250분의 1초의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상황과 표정이 극도의 불일치를 이루는 사진이 한국일보 기자의 열정에 의해 탄생한 순간이기도 했다.

이날 김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처음 일본을 방문하기 위해 오전 10시 45분께 김포공항 국제선 2청사 의전주차장에 도착했다. 환송객 80여 명과 악수하던 중, 평소 김 전 대통령에게 반감을 품고 있던 재미교포 박의정(당시 72)씨가 순간적으로 튀어나와 던진 달걀에 얼굴을 맞았다. 달걀에 들어있던 붉은색 페인트로 얼굴과 양복은 뒤범벅이 됐으나 특별한 외상은 없었다. 박씨는 현장에서 붙잡혔으며 미리 준비한 ‘IMF를 초래한 김영삼씨는 국민 앞에 속죄하라’는 제목의 성명서 20여 장도 뿌렸다.

김 전 대통령은 급히 상도동 자택으로 돌아가 행장을 수습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오후 4시 45분 출국했다. 큰 소동을 치른 김 전 대통령이 도착한 일본 후쿠오카 공항은 긴급 비상령이 내려지는 등 방일 기간 동안의 경호가 대폭 강화됐다.

한편 이날 고 기자는 김 전 대통령이 승용차에서 내리는 장면부터 차례로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고 기자는 당시 순간을 휙 소리와 함께 누군가 뛰어나온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카메라 뷰파인더 안의 김 전 대통령 얼굴이 붉은색 액체(그 순간 피인 줄 알았다)로 얼룩졌다"고 말했다. 고 기자는 서둘러 회사로 돌아와 필름을 현상한 뒤에야, 달걀을 맞고도 웃고 있는 김 전 대통령 사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 기자의 사진은 다음 날(6월 4일 자) 한국일보 1면에 특종 보도됐으며, 다음 해 1월 7일 한국사진기자협회(회장 노재덕)가 선정한 제36회 한국보도사진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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