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 육당백 대표 "세계인이 즐기는 '대구막창' 만들래요"

입력
2024.08.11 12:00
유통업 성공, 나만의 브랜드로 '실막창' 개발
실막창, 면발 모양으로 골고루 익어 고소한 맛 
대구경북 한류의 선두주자로 성공할 터

대구에서 막창 전문점을 운영하는 황영(52) 육당백 대표는 요식업계에서 '대우 출신 사업가'로 통한다. 20대에 대우개발이 운영했던 서울과 경주의 힐튼호텔에서 로비 책임자로 근무한 이력 때문이다. 호텔에 자주 들렀던 고 김우중 회장과도 친분이 깊었다. 경영진보다 황 대표에게 호텔 실정을 물을 때가 많았다. 황 대표는 "대우가 문을 닫지 않았다면 대구에 들어섰을 가칭 '대우호텔'에서 근무했을 것"이라면서 "대우가 문을 닫은 후 밖으로 나와 맨땅에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맨땅'이라곤 했지만 초보는 아니었다. 힐튼호텔에서 근무하던 시절에 사업 기본기를 익혔다. 김 회장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내로라하는 사업가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많았다. VIP 고객을 관리하는 것이 주 업무였던 까닭이었다. 본연의 업무에 충실한 덕분에 '사업의 세계'에 눈을 뜰 수 있었다.

준비된 사업가의 저력은 무서웠다. 2000년대 초반에 식품유통과 반찬체인을 시작해 한때 매출 100억 원을 찍기도 했다. 2018년에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나만의 브랜드'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육가공 공장을 설립해 막창 사업에 뛰어들었다. 몇 년을 고민한 끝에 탄생시킨 '브랜드'가 '실막창'이다. 막창을 세로로 길게 자르면 구울 때 열이 골고루 가해져 맛과 풍미가 한층 좋아질 것이란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긴 메뉴다.

지난해 12월 대구 수성구에 있는 옛 신천시장 자리에 식당을 열었다. ‘실막창’ 체인 본점이다. 느낌이 좋다. 황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간단한 소개 영상을 올렸더니 며칠 만에 100만 명이 클릭을 했고, 문을 연 지 몇 달도 안 돼 수도권에서 식객들이 찾아온다"면서 "'막창'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실막창'이 대구 대표 막창으로 급부상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대구하면 떠오르는 '납작만두'와의 랑데부도 시도했어요. 실막창을 납작만두로 싸서 먹으면 그 조합이 정말 기가 막힙니다. 대구의 맛이 한입에 들어오는 느낌일 거예요."

최근 성공에 대한 자신감이 부쩍 커졌다. 얼마 전 동네 주민들로부터 들은 거짓말 같은 풍수 이야기 때문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신천시장이 자리 잡은 동네는 대구에서 기운이 제일 강하다. 청구네거리에서 수성교 사이의 작은 동네에서 전국에 통하는 '대구 대표'가 여럿 나왔다는 것. 이승엽이 홈런으로 아시아 신기록을 썼을 때 이 동네에서 살았고, 정호성 시인도 동네를 가로지르는 범어천변을 거닐며 시심을 키웠다. 시인이 어릴 적 뛰어놀던 배추밭에 정호승문학관이 들어서 있다. 게다가 동네의 끝자락인 다리(수성교)를 건너면 고 김우중 회장이 신문을 돌리던 '김광석 길'이 나온다. 황 대표는 "미신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왠지 잘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사실"이라면서 "이 동네가 예사롭지 않은 곳이라는 걸 '실막창'으로 다시 한번 증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2030년 이후까지 내다보고 사업 계획을 짜고 있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 완공되면 해외 수출은 물론 '실막창'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여 지역 관광에도 일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대중문화와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서울, 충청도에서 내려오지만 언젠가 영국과 프랑스 관광객이 지도를 들고 ‘실막창’ 집을 찾아올 날을 상상해봅니다. 대우 출신답게 세계인이 즐기는 대구 막창의 신화를 꼭 성취하고 싶습니다."



김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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