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1일 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의 당내 변호인단과 간담회를 열었던 사실을 언급하며 "앞으로도 힘껏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한 후보의 '패스트트랙 공소취소 부탁 폭로'가 당원들에게 실망감을 안겼고, 낮은 투표율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오자 막판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 후보 측은 이날 오후 9시쯤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난 1월 보도된 기사를 공유하며 이같이 밝혔다. 기사 내용은 한 후보가 비대위원장 자격으로 2019년 선거법·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을 맡은 변호인단을 지난 1월 22일 만나 격려했다는 것이다. 그 무렵 한 후보는 대통령실과 불화설로 사퇴 요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거취 압박에도 당 지도부로서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기소된 당내 인사들의 지원방안을 고민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기사를 공유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후보는 지난 17일 토론회에서 경쟁자 나경원 후보에게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를 부탁한 적 있지 않느냐"며 형사사건 청탁 사실을 언급했다가 당내에서 전방위 비판을 받았다. 7·23 전당대회의 당심(黨心)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후보 간 네거티브가 과열되면서 투표율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국민의힘은 21일 전당대회 3일 차 투표율(모바일+자동응답시스템(ARS) 투표)이 45.98%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그 결과 22일까지 하루 더 진행되는 ARS 투표율을 더해도 최종 투표율이 50%를 밑돌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후보의 21일 밤 메시지는 저조한 투표율이 '한동훈 대세론'을 흔들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되면서 나왔다. 나 후보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투표율을 두고 "실망과 분노, 분열의 전당대회라고 할 수 있다"며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은 깨졌다"라고 주장했다. 한 후보는 이날 오후 3시만 해도 "상대가 인신공격에 집중할 때, 여러분과 함께 미래로 가겠다. 그리고 화합하겠다"며 여유를 보였다. 전날 대구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토론은 끝났다. 그 이야기는 더 이상 하지 않겠다"며 패스트트랙 관련 논란에 대응하지 않았다.
한 후보는 22일 ARS 투표 마감을 앞두고 투표를 독려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사심 없이 좋은 정치를 하겠다. 미래를 향해 나아가겠다. 지키겠다. 이기겠다"면서 "주저함 없이 선택해 달라"고 호소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19일부터 실시된 후보 득표율을 합산해 23일 전당대회에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특정 후보가 과반 득표하지 못하면, 28일 1·2위 후보를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치르고 차기 당대표 선출을 확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