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방송4법 '우원식 중재안' 수용 거부..."MBC사장 교체 시간문제"

입력
2024.07.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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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이사진 선임 절차는 계획대로"

국민의힘이 19일 우원식 국회의장의 ‘방송4법’ 관련 중재안을 거부했다. 윤석열 정부의 기조대로 MBC 사장의 조속한 교체를 위한 수순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도 현행법에 따라 임명된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일정 중단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이사진 선임 절차는 계획대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방송 장악'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방송4법을 추진 중이다. 방송4법은 공영방송 이사 숫자를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관련 직능 단체에 부여해 정치 외풍을 막는 방송법 등 개정안과 방송통신위원 4명 이상이 출석해야 회의를 열 수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 등이 포함돼 있다. 민주당이 방송4법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의를 요구하자, 우 의장은 지난 17일 중재안을 내놨다. 민주당에는 잇단 방통위원장 탄핵 소추와 방송4법 입법 강행을 중단할 것을, 국민의힘에는 현재 진행 중인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절차를 중단할 것을 각각 요구했다. 공영방송 공정성과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범국민 협의체 구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예정대로...여 "MBC 사장 교체 시간문제"

이에 민주당은 18일이 아닌 25일 본회의 처리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중재안에 대해서도 내키지 않지만 검토는 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이날 불수용하면서 중재안은 사실상 무산됐다. 이에 우 의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의장의 뼈를 깎는 중재안조차 거부하는 여당에 매우 큰 실망을 느낀다"면서 "이사진 인사권을 가진 정부가 답을 하기 바란다"며 정부에 답을 요구했다.

하지만 추 원내대표의 입장 발표는 사실상 당정 간 조율을 거친 것으로,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은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앞서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은 민주당의 탄핵 소추를 피해 자진 사퇴하기 직전인 지난달 28일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계획을 전격 의결하고 이사진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24, 25일 국회 인사 청문회를 앞둔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를 이달 말이나 내달 초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하면, 방통위는 위원장·부위원장 2인 체제하에서 내달 12일 임기가 끝나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등의 이사진 선임을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MBC 대주주인 방문진 새 이사진이 MBC 사장 교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방통위원장 탄핵 소추로 맞불을 놓을 수 있지만 절차에 걸리는 시간 등을 감안하면 MBC 사장 교체를 저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애초 우 의장 중재안은 민주당에 유리한 시간 끌기 안에 불과해 받을 이유가 없었다"며 “MBC 사장 교체는 시간문제로 본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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