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 사건의 총격범이 범행 이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물론,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서도 이미지나 일정 등을 검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범행 동기를 유추할 단서는 여전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총격 발생 이전 용의자의 '수상한 행동'이 비밀경호국(SS)에 포착된 사실도 새로 알려지면서 '경호 실패' 논란도 계속 도마에 오르는 모습이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날 트럼프 총격범 토머스 매슈 크룩스(20·사망)가 휴대폰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미지와 공개 일정 △바이든 대통령의 이미지 및 민주당 전당대회 일정 등을 검색했다고 의회에 보고했다. 크룩스의 휴대폰을 계속 분석한 결과다. 이 외에도 그는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 영국 왕실 구성원 등에 대해서도 검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범행 동기 수사는 여전히 진전이 없다. FBI는 "크룩스의 휴대폰 2대를 조사했지만 뚜렷한 정파적 색깔을 갖고 있다거나 외국과 연계됐다고 볼 단서를 찾지 못했다"며 "대부분의 암살범은 정치적 견해를 노출하는 반면, 크룩스에게 정치 이념 관련 흔적이 없다는 건 주목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크룩스는 펜실베이니아주(州)의 공화당원으로 등록돼 있고, 2021년 1월 민주당 기부 플랫폼을 통해 진보 성향 단체에 15달러(약 2만 원)를 기부한 사실 정도만 알려져 있다.
총격 발생 이전, 경호 당국이 크룩스를 주시했다고 볼 만한 정황도 공개됐다. 이날 미 ABC방송은 "13일 크룩스가 (트럼프를 향해) 총을 쏘기 62분 전인 오후 5시 10분부터 SS는 그를 '요주의 인물'로 지목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20분 후인 오후 5시 30분에는 거리측정기를 통해 크룩스의 위치를 특정하기도 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NYT도 "총격 발생 20~25분 전, 크룩스의 이상 행동을 목격한 버틀러카운티 지역 경찰이 크룩스의 사진을 촬영해 SS 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SS 관계자는 이에 대해 "(크룩스가) 의심스럽긴 했으나, 무장하지 않았고 당장 위협적이진 않다고 판단해 즉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사각지대'는 더 있었다. 지역 경찰은 13일 오전 주요 건물 밖에 순찰차를 배치할 인력이 부족하다고 SS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크룩스가 지붕에서 총격을 가한 건물에는 보안 요원이 배치되지 않았다고 한다. 존 바라소 상원의원(공화·와이오밍)은 "SS의 해명이 부족하다"며 "킴벌리 치틀 SS 국장이 사임해야 한다"고 질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