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공소취소' 폭로 하루 만에 '사과'… 빗발친 내부 반발에 한발 물러서

입력
2024.07.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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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조건 없이 사과… 말하고 '아차' 했다"
권성동 "이율배반적 모습" 이철규 "동지 비난"
전당대회 영향력은 '미미'… 나경원 막판 집중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8일 나경원 후보를 향해 제기한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부탁' 발언에 대해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공식 사과했다. 한 후보는 전날 토론회에서 법무부 장관 시절 나 후보가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 부탁을 했다는 폭로를 해 논란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 당 내부 반발까지 거세지자, 한발 물러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왜 법무부 장관이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를 구속 못 했느냐는 반복된 질문에, 개별 사건에 개입할 수 없다는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예시로 나온, 사전에 준비되지 않은 말"이라며 사과 배경을 설명했다. 한 후보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조건 없이 사과한다"며 "저도 말하고 '아차' 했다. 이 얘길 괜히 했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그는 전날까지만 해도 "저에 대해 얘기하는 건 검증이고, 제가 얘기하는 건 내부 총질이냐"며 논란에 대해 정면돌파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전당대회를 일주일도 남겨 두지 않은 시점에서 당내 반발이 거세지자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권성동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패스트트랙 재판을 "부당한 기소"라고 평가한 뒤 "한 위원장의 이율배반적 면모가 점점 더 자주 보인다. 당원 개개인의 아픔이자 당 전체의 아픔을 당내 선거에서 후벼 파서야 되겠냐"고 비판했다. 나 후보 사건 당시 원내대표 보좌역이었던 서지영 의원은 "당의 역사와 정치적 사건들이 쉽게 폄훼되는 것을 받아들이기 무척 어렵다"고 했다. 친윤석열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은 의원 단체대화방에 "저도 27번 피고인"이라며 "어떤 자들은 야당 시절 우리 당 의원들이 뭐했냐고 힐난하면서 자신이 대여·대야 투쟁에 선봉을 선 것처럼 동지들을 비난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후보는 이날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는데, 일부 시의원이 "패스트트랙 투쟁 폄훼 한 후보 당대표 자격 없다"고 쓰인 피켓을 들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 사건이 전당대회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한 3선 의원은 "의원들 개개인은 부글부글 하지만, 당원들 표심에 영향을 미치기엔 시간적 여유가 없다"며 "결선을 가든 안 가든, 한 후보가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국민의힘은 19일부터 당원 선거인단 모바일투표를 실시한다. 다만 2, 3위 경쟁엔 영향을 미칠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그간 반한동훈 전선을 펼쳤던 원희룡 후보 대신 나 후보의 투쟁 전력이 재조명되고 있단 것이다. 한 재선 의원은 "막판에 반한동훈 정서가 나 후보로 결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또 다른 의원은 "한 후보에 대한 견제 이미지는 원 후보가 높으니, 한 후보 견제 세력이 원 후보로 모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김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