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8일 나경원 후보를 향해 제기한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부탁' 발언에 대해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공식 사과했다. 한 후보는 전날 토론회에서 법무부 장관 시절 나 후보가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 부탁을 했다는 폭로를 해 논란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 당 내부 반발까지 거세지자, 한발 물러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왜 법무부 장관이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를 구속 못 했느냐는 반복된 질문에, 개별 사건에 개입할 수 없다는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예시로 나온, 사전에 준비되지 않은 말"이라며 사과 배경을 설명했다. 한 후보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조건 없이 사과한다"며 "저도 말하고 '아차' 했다. 이 얘길 괜히 했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그는 전날까지만 해도 "저에 대해 얘기하는 건 검증이고, 제가 얘기하는 건 내부 총질이냐"며 논란에 대해 정면돌파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전당대회를 일주일도 남겨 두지 않은 시점에서 당내 반발이 거세지자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권성동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패스트트랙 재판을 "부당한 기소"라고 평가한 뒤 "한 위원장의 이율배반적 면모가 점점 더 자주 보인다. 당원 개개인의 아픔이자 당 전체의 아픔을 당내 선거에서 후벼 파서야 되겠냐"고 비판했다. 나 후보 사건 당시 원내대표 보좌역이었던 서지영 의원은 "당의 역사와 정치적 사건들이 쉽게 폄훼되는 것을 받아들이기 무척 어렵다"고 했다. 친윤석열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은 의원 단체대화방에 "저도 27번 피고인"이라며 "어떤 자들은 야당 시절 우리 당 의원들이 뭐했냐고 힐난하면서 자신이 대여·대야 투쟁에 선봉을 선 것처럼 동지들을 비난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후보는 이날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는데, 일부 시의원이 "패스트트랙 투쟁 폄훼 한 후보 당대표 자격 없다"고 쓰인 피켓을 들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 사건이 전당대회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한 3선 의원은 "의원들 개개인은 부글부글 하지만, 당원들 표심에 영향을 미치기엔 시간적 여유가 없다"며 "결선을 가든 안 가든, 한 후보가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국민의힘은 19일부터 당원 선거인단 모바일투표를 실시한다. 다만 2, 3위 경쟁엔 영향을 미칠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그간 반한동훈 전선을 펼쳤던 원희룡 후보 대신 나 후보의 투쟁 전력이 재조명되고 있단 것이다. 한 재선 의원은 "막판에 반한동훈 정서가 나 후보로 결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또 다른 의원은 "한 후보에 대한 견제 이미지는 원 후보가 높으니, 한 후보 견제 세력이 원 후보로 모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