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 하반기 전공의 추가 모집 때 지방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서울·수도권 병원에 지원할 수 있는 길을 텄다. 가급적 많은 전공의들이 추가 모집에 지원해 9월부터 수련을 재개하도록 하려는 조치다. 정부는 사직 후 재수련을 하지 않는 군 미필 전공의는 군의관이나 공보의로 복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8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김국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전공의 추가 모집 때 지역 권역 제한은 하지 않기로 했다"며 "전공의 복귀자 자체가 많지 않아 수련병원이 한 명이라도 더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방 수련병원을 사직한 전공의가 빅5 병원(5대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서울 유력 병원으로 옮겨 수련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앞서 수련병원협의회는 "지방 병원 전공의 이탈이 우려된다"며 하반기 추가 모집 과정에서 전공의가 동일 권역 내 병원만 지원할 수 있도록 제한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청했다.
정부는 9월에 복귀하지 않는 군 미필 전공의는 입대해야 하고, 복무 기간이 짧은 일반병으로 복무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김 정책관은 "전공의는 의무사관 후보생으로 등록되기 때문에 입대하면 군의관이나 공보의로 복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복귀하는 전공의는 국방부, 병무청과 협의해 입영 연기 특례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전공의 사직 인원을 제출하지 않은 일부 수련병원에 대해 전공의 정원을 감축하기로 했다. 앞서 복지부는 각 수련병원에 전날까지 부처 산하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전공의 결원을 보고하도록 했다. 사실상 미복귀 전공의를 일괄 사직 처리하라는 요구였다. 김 정책관은 "일부 병원이 인원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해당 기관들은 전공의 수를 감원하고 그 규모는 사정을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모집은 이달 22일부터 시작된다. 각 병원은 복지부가 정한 채용인원(TO)에 따라 모집공고를 낸다. 지원자는 다음 달 필기·실기시험을 치르고 합격하면 9월 1일부터 해당 병원에 출근하게 된다. 김 정책관은 "9월 전공의 복귀 규모는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병원장·교수와 협력해 수련체계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빅5 병원과 고려대병원 소속 전공의 100여 명은 19일 각 병원장과 조규홍 복지부 장관을 직권남용죄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소하겠다고 예고했다. 조 장관이 최근 의대 증원 인원을 2,000명으로 정한 건 전적으로 자신의 결정이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 이들은 조 장관이 대통령에게 사전보고하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의대 증원을 결정하고 전공의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위법한 행정행위를 지속했으며 병원장들은 이에 동조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