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자체 식품 브랜드(PB)인 피코크 제품 가격을 5~40% 내린다. 제품당 이익은 크지 않지만 더 많이 팔면 이익이라는 노브랜드의 '박리다매' 전략을 이마트도 따르는 셈이다. 이런 판매 방식 뒤에는 이마트가 실적을 반등시켜야 한다는 위기감, 식품 제조사와 맞붙어도 승산 있다는 자신감 등이 복합적으로 깔려있다.
이마트는 19일부터 피코크 제품 700여 개 중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300여 개 가격을 인하한다고 18일 밝혔다. 이마트가 2013년 출시한 피코크는 고급 간편 가정식을 지향하고 있다. 이마트는 할인 행사를 통해 피코크 제품값을 일시적으로 낮췄던 과거와 달리 이번엔 가격을 아예 떨어뜨렸다. 인하 품목 가운데 100여 개는 20% 이상 내려간다.
인하 폭이 가장 큰 제품은 3,980원짜리 에이클래스 슬라이스 치즈로 기존 7,890원에 비하면 거의 절반 가격이다. 밀푀유나베 소불고기 1만9,800원→1만6,800원 등 밀키트, 포기김치 3.3kg 2만6,800원→1만9,900원 등 필수 식품을 비롯해 냉장 국·탕, 냉동 볶음밥도 현재보다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피코크 가격 인하는 이마트가 매장에서 파는 여러 제품 중 PB 상품 판매에 가장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PB 제품은 이마트가 직접 기획하고 생산하는 만큼 원가 대비 이익률이 높다. 가격 인하에 따라 제품 1개당 수익은 줄겠지만 소비자 구매가 늘면 오히려 더 큰 이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게 이마트 생각이다. PB 상품을 값싸게 많이 판매하는 방식은 노브랜드에서 검증됐다고 보고 있다.
이마트가 피코크 가격을 내린 배경으론 실적 악화가 꼽힌다. 이마트는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 영업 적자를 봤다. 계열사 신세계건설의 부진 영향이 컸지만 마트 사업만 떼어 봐도 쿠팡 등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에 밀려 성장세가 주춤했다. 그러자 이마트는 신선하고 저렴한 제품을 제공하는 마트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면서 반전의 기회를 찾고 있다.
피코크 제품이 매장에 나란히 진열된 다른 식품사 제품과 겨뤄도 이길 수 있다는 판단 역시 PB 상품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로 보인다. 피코크는 저마다 PB 상품을 발굴하고 있는 유통업계 내에서도 빨리 정착한 브랜드로 평가받는다. 노병간 피코크 PL(자체 라벨) 상품 담당은 "이마트는 피코크 제품과 관련해 올해 하반기 100개 이상의 상품 개발, 50개 이상의 기존 상품 리뉴얼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