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은 인종차별과 전쟁 중"...내부 분열에 적반하장 태도까지

입력
2024.07.18 16:28
엔소, 2024 코파 아메리카 우승 후 인종차별 노래
황희찬, '재키 찬'이라고 불려
"아시아인 비슷하게 생겼다"는 인종차별적 의미

현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상대 팀 선수를 향한 인종차별과 이로 인한 내부 분열, 적반하장 태도로 시끌시끌하다.

엔소 페르난데스(첼시)는 17일(한국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승을 축하하는 과정에서 올린 나의 영상에는 매우 모욕적인 말이 담겨 있다. 매우 죄송하다"며 "해당 영상에 나의 신념이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사과했다.

앞서 엔소는 아르헨티나가 2024 남미축구선수권대회(코파 아메리카)에서 우승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인종차별적인 노래를 불렀다. 해당 노래는 프랑스 대표팀 내 흑인 선수를 비하하는 노래로 프랑스와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결승전 당시 일부 극단적인 아르헨티나 팬들이 불렀다. 노래에는 "프랑스 선수들은 모두 앙골라 출신이며 나이지리아 출신 어머니와 카메룬 출신 아버지를 두고 있다"는 가사가 담겨 있다.

엔소가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 SNS를 통해 퍼져 나가자 그의 소속팀 첼시에도 내부 분열이 발생했다. 첼시에는 악셀 디사시, 웨슬리 포파나, 크리스토퍼 은쿤쿠 등 많은 프랑스 출신 선수들이 소속돼 있다. 특히, 웨슬리 포파나는 자신의 SNS에 "무절제한 인종차별"이라며 엔소를 비판했다. 반면 세네갈 대표팀 출신 니콜라 잭슨(첼시)은 엔소가 한 흑인 아이에게 인사하는 사진을 공개하며 그를 옹호했다.

이 가운데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아르헨티나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감독은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인종차별과 거리가 멀다. 엔소는 착한 소년이고 아무 문제가 없다. 각 나라의 문화가 달라서 그런다. 이해해야 한다"며 적반하장 태도를 보여 분노를 일으켰다.

첼시는 현재 엔소를 대상으로 징계 절차에 착수했고, 프랑스 축구협회도 FIFA에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최근 황희찬(울버햄프턴)도 코모 1907(이탈리아)과의 연습 경기에서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들었다. 코모의 한 선수는 황희찬을 향해 "그(황희찬)를 무시해. 그는 자기가 재키 찬인 줄 알아"라며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다. 재키 챈은 홍콩 출신 유명 영화배우 성룡을 부르는 말이지만 해외에서는 "아시아인은 모두 비슷하게 생겼다"는 인종차별적인 의미로도 사용된다.

이에 코모 측은 "울버햄프턴 선수들도 그를 '차니'라고 불러왔다. 우리 선수들은 경멸적인 태도로 말하지 않았는데, 일부 울버햄프턴 선수들로 인해 이번 사건이 너무 과장돼 실망스럽다"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였다.

울버햄프턴은 해당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유럽축구연맹(UEFA)에 제소했지만, UEFA도 황희찬을 향한 인종차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UEFA는 "모든 차별과 혐오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UEFA는 UEFA 대회에서 일어나는 일만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때문에 프리 시즌에 일어난 일은 관여할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최이재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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