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현철 눈물의 영결식..."국민 아픔 노래로 위로한 애국자였다"

입력
2024.07.1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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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아산병원서 영결식
대한민국 가수장으로 치러져  
태진아 "큰 별로 남아 계실 것"
설운도 "모두가 영원히 기억"

"가지 말라고 애원했건만, 못 본 채 떠나버린 너. 소리쳐 불러도 아무 소용이 없어라."

18일 오전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 가수 박구윤이 15일 세상을 떠난 선배 가수 현철(본명 강상수)의 대표곡 중 하나인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을 부르자 여기저기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1982년 발표된 이 곡은 고인이 결혼 후에도 무명 생활이 오래도록 이어지자 가수 활동을 그만둘 생각을 하며 마지막으로 아내를 위해 작곡한 노래다.

현철이 국민 가수가 되는 데는 부인 송애경씨의 역할이 컸다. 고인이 10년 이상 무명 가수로 활동할 동안 옷 장사, 카세트 테이프 장사 등을 하면서 남편을 도왔다. 결국 이 노래가 입소문을 타고 히트하면서 현철은 마흔이 넘은 나이에 가수로 성공할 수 있었다. 현철의 최고 히트곡 '봉선화 연정'을 작곡한 박현진의 아들인 박구윤은 이날 이 곡의 가사를 '앉으나 서나 현철 생각'으로 고쳐 노래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고인을 '큰아버지'로 불렀다는 그는 "생전 큰아버지 성대모사와 모창을 할 때면 그렇게 좋아하셨던 기억이 난다"며 "앞으로 제가 더 많이 큰아버지 목소리로 많은 분께 즐거움과 기쁨을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설운도 "현철, 국민 애환 노래로 위로한 애국자"

비가 내리는 날씨 속에 진행된 영결식에는 유족과 동료 가수 등 약 70명이 참석했다. 대한민국가수장으로 치러진 영결식은 고인을 향한 묵념과 가수 배일호의 약력 소개로 시작됐다.

가수 박상철은 고인의 히트곡 '봉선화 연정' 첫 소절인 "손대면 톡하고 터질 것만 같은"을 인용하면서 조사를 낭독했다. 그는 "항상 연예인이 가져야 할 자존심과 깨끗함을 강조하시고, 주변 분위기를 즐겁게 해주시려 노력하셨던 선생님을 존경한다"고 고인을 기억했다.

이어 추도사를 낭독한 가수 태진아는 "다정다감했던 모습과 이름을 남기시고 우리 모두에게 영원히 기억될 가수로, 큰 별로 남아 계실 것"이라며 "안녕히 가십시오. 현철이 형 사랑했어요"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가수 설운도는 "형님 웃으며 가시게 울지 않으려 했는데 눈물이 난다"면서 흐느끼며 추도사를 낭독했다. 그는 "형님은 국민들의 애환과 아픔을 노래로 위로해준 애국자"라며 "모든 분이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고인을 기렸다.

이후 고인이 생전 '아미새'를 부르는 무대 영상을 상영한 뒤 헌화식이 진행됐다. 영결식장에는 현숙, 인순이, 진성, 김용임 등 후배 가수들도 참석해 고인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고인은 유족과 동료 가수들의 배웅을 받으며 마지막 길을 떠났다.

2년 연속 KBS가요대상 받은 '트로트 4대천왕'

현철은 지난 15일 오랜 투병 끝에 82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은 1966년 '태현철'이라는 예명으로 가수 활동을 시작해 '사랑은 나비인가봐' '내 마음 별과 같이' '사랑의 이름표' '들국화 여인' 등의 히트곡을 남겼다. 오랜 무명 끝에 이름을 알린 그는 1989, 1990년 2년 연속 KBS '가요대상'을 받으며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 당시 설운도, 태진아, 송대관과 함께 '트로트 4대천왕'으로 불렸다.

가요계에 남긴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연예예술상 특별공로상,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고인은 경기도 분당추모공원 휴에서 영면에 든다.

고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