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통보제·보호출산제 내일 첫발... 베이비 박스는 그대로 유지

입력
2024.07.18 16:30
출생통보: 의료기관→심평원→시·읍·면 순
보호출산: 가명 출산→지자체 인도→입양 등 조치
위기임산부 전용 상담 전화 '1308' 가동

고의적인 출생신고 누락을 막기 위한 '출생통보제'와 이를 보완하는 '보호출산제'가 첫발을 뗀다. 가명 출산 합법화가 또 다른 출생아 유기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정부는 "원 가정 양육을 위한 상담과 지원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개정된 '가족관계등록법'과 신규 제정된 '위기임신보호출산법'에 근거해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를 19일부터 동시 시행한다고 18일 밝혔다. 지난해 6월 '수원 영아 살해사건' 이후 출생 미등록 아동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선 지 약 1년 만이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 사실과 출생 정보를 14일 이내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거쳐 시‧읍‧면장에게 알리는 것이다. 부모가 출생 뒤 한 달 이내에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지자체는 이를 토대로 신고를 독촉하고, 이후에도 완료되지 않을 경우 법원 허가를 받아 직권으로 출생 등록을 할 수 있다.

보호출산제는 출생통보제 시행으로 의료기관을 회피할 가능성이 큰 위기임산부를 위한 제도다. 다양한 이유로 임신·출산 사실이 노출되는 것을 원치 않아 보호출산을 신청하거나 출산 후 아동보호 신청을 하면, 산모에게 가명과 함께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하는 '관리번호'가 부여된다. 이를 사용해 신원을 밝히지 않고 의료기관에서 검진과 출산이 가능하다. 출산 후에는 7일 이상 직접 양육을 위한 숙려 기간을 가진 뒤 지자체 전담요원에게 아동을 인도할 수 있다. 지자체는 '아동복지법'에 따른 보호조치와 함께 입양 등을 위한 절차를 밟게 된다.

보호출산제는 독일의 '신뢰출산제'를 벤치마킹해 아동의 알권리도 보장한다. 위기임산부가 남긴 인적 사항과 보호출산을 선택한 상황 등이 아동권리보장원에 영구 보존되고, 아동이 성인이 되거나 법정대리인 동의를 받으면 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

복지부는 보호출산제 시행에 맞춰 전국 16개 위기임산부 지역상담기관과 상담전화 '1308'을 가동한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보호출산제는 막다른 길에 몰린 산모와 아동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며 "막다른 길이라 생각한 곳에서 또 다른 길을 찾을 때가 있듯이 충분한 상담을 받고 아이와 함께하는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가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보호출산제 시행을 앞두고 존치 논란이 있었던 종교시설의 '베이비 박스'는 현재처럼 유지된다. 김상희 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은 "독일은 베이비 박스를 합법화도 금지도 하지 않았지만, 신뢰출산제 시행으로 자연스럽게 베이비 박스 유기 사례가 감소했다"면서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임산부와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출산제가 유기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장애아를 출산한 뒤 아동보호 신청으로 사실상 양육을 회피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김 정책관은 "출산 후 아동보호 신청도 원 가정 양육을 위한 상담 이수와 최소 7일 이상 숙려 기간 등은 동일하다"며 "장애아동 출산 후 당황해 유기하는 것보다는 상담과 지원을 받을 기회를 갖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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