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크추어리 못 들어가는 남은 사육곰 100여 마리는 어쩌나

입력
2024.07.17 17:00
정부, 사육곰 보호시설 짓는다지만 
나머지 100여 마리 대한 대책 세워야


정부가 사육곰 보호시설(생크추어리)을 짓고 있지만 수용 규모 문제로 시설에 들어가지 못하는 나머지 곰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곰 매입 비용, 보호될 곰의 선정 기준 등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사육곰 구조단체 곰보금자리프로젝트와 국제 동물보호단체 한국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은 16일 서울 중구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서 '2024 사육곰 산업 종식을 위한 농장 조사 및 시민 인식 조사 결과 공유회'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전남 구례군에 약 50마리, 충남 서천군에 70~80마리 규모의 보호시설을 짓고 있다. 하지만 이 규모로는 현재 농가에 남아있는 사육곰 280마리를 모두 수용할 수 없다. 사육곰 사육과 부속물(웅담) 생산·섭취 등이 금지되는 2026년 이전까지 노화로 인해 죽는 수를 고려한다고 해도 최소 100여 마리가 보호시설에 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해당 곰들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게 단체들의 주장이다.

보호시설에 들어갈 곰의 매입 비용과 선정 기준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이들은 "120~130마리를 데려오기 위해 농가에 어떻게 보상할지도 불확실하다"며 "정부는 직접 곰을 매입하지 않겠다고 버티며 시민단체에 매입 책임을 미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현재 두 곳의 보호시설에 보낼 곰을 고르지도 못했고, 고를 기준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단체들은 정부가 남은 곰을 매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농장주들이 마리당 1,500만~2,000만 원이면 판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음을 감안하면 최대 56억 원이 소요되는데, 이는 사육곰 산업을 완전히 끝낼 수 있다면 과한 예산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은 또 보호시설에 가지 못하는 곰은 도살되도록 방치하지 말고 국가가 매입해서 안락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들은 "동물 복지 측면에서 보호시설에 가지 못하는 곰은 농가에서 죽게 하는 것보다 죽이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며 "보호할 수 있는 범위 밖의 곰들은 정부가 수의사와 수의학적 기술을 동원해 안락사해야 한다"고 전했다.

시민 10명 중 7명, "사육곰 산업 알고 있다"

이날 공개된 6월 한 달간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육곰에 대한 시민 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74.1%가 사육곰 산업의 배경과 현황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2019년 설문조사 당시 43.1%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특히 10대부터 30대까지 젊은 세대의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

반면 정부의 보호시설 건립에 대해 알고 있는 비율은 전체의 약 25% 수준에 그쳤다. 보호시설이 들어설 전남 지역의 인지도는 29%로 평균 수준이었고, 서천 시설이 들어설 충남 지역의 인지도는 15%로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편 사육곰 매입을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응답은 69.8%, 농장에 남게 되는 사육곰 약 160마리는 정부가 보호시설을 추가로 건립해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44%에 달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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