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1.1917417' 합병 비율로 SK이노베이션 주주들 설득할 수 있을까

입력
2024.07.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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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조 원 에너지 공룡' 탄생 위한 과제들
증권사 "수소사업 등 시너지 클 듯"
18일 SK에코플랜트도 재편 논의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간 합병 안건을 의결했다. 양사의 합병비율은 1대 1.1917417로 정해졌다. 합병안이 8월 27일 예정된 두 회사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으면 '자산 100조 원, 매출 88조 원'의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11월 1일 공식 출범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각각 이날 이사회를 개최하고 양사간 합병 안건을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두 회사는 보도자료에서 합병을 통해 현재 에너지(석유, LNG 등)와 미래 에너지(재생에너지, 수소, SMR 등) 뿐만 아니라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기화 사업 밸류체인(가치사슬)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진화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합병이 계획대로 마무리 되면 국내를 넘어 아시아∙태평양에서 제일 큰 민간 에너지 기업이 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두 회사의 독립성을 유지하고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사내독립기업(CIC) 형태로 합병한다.

특히 재계 및 투자 업계의 큰 관심을 모았던 양사의 합병 비율은 1대 1.1917417로 결정났다. 두 회사는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은 기준 시가를, 비상장사인 SK E&S는 자산 가치와 수익 가치를 가중 평균한 값을 합병가액으로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이 합병신주를 발행해 SK E&S의 주주인 SK㈜에게 4,976만9,267주를 준다. SK이노베이션 신주는 11월 20일 상장될 예정으로 합병 후 SK이노베이션 최대주주인 SK㈜의 지분율은 36.22%에서 55.9%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합치고 없애고...SK 리밸런싱 당분간 이어질 듯


이번 결정은 SK그룹은 사업 리밸런싱(구조조정) 차원에서 추진됐다. SK그룹은 이번 합병을 통해 에너지 사업에서 시너지를 얻고 SK이노베이션 실적 악화의 배경인 자회사 SK온의 자금난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날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 3사도 각각 이사회를 열고 3사간 합병을 의결했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원유 및 석유제품 전문트레이딩 회사고 SK엔텀은 사업용 탱크 터미널로 유류화물의 저장과 입출하 관리가 주 사업분야다.

SK그룹 관계자는 "이번 3사간의 합병으로 SK온은 원소재 확보 경쟁력 및 사업 지속가능성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며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리튬, 니켈 등 광물 트레이딩 분야로의 신규 진출을, SK엔텀은 트레이딩 사업에 필요한 저장 역량을 확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SK온과 함께 또 다른 애물단지인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도 18일 이사회를 열고 에센코어와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인수를 의결할 예정이다. 이 역시 리밸런싱 작업의 하나로 SK그룹은 이를 통해 3월말 기준 245.3%에 달하는 SK에코플랜트의 부채 비율도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에센코어는 SK㈜ 산하 반도체 가공·유통 회사고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SK머티리얼즈의 산업용 가스 회사다. 이처럼 SK그룹 리밸런싱 윤각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SK가 보유한 계열사가 200여개가 넘는 만큼 리밸런싱 작업은 당분간 계속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SK㈜는 18일 오후 임시 이사회를 열어 양사 합병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도 다음달 27일 합병 승인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열 예정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일부 소액 주주들의 반발이 나올 수도 있다. 이는 합병 비율 때문인데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비율이 1대 1이 아니라 1대 1.2에 가깝게 결정됨에 따라 SK㈜와 SK E&S 투자자는 합병한 신설 법인의 지분이 늘어 유리해진 반면 SK이노베이션 주주는 불리해졌다.

SK이노베이션의 지분 구조는 최대 주주 SK㈜ 다음으로 개인 24.9%(2023년 말 기준), 외국인 20.9%, 기관 14.3% 순이다. 일부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합병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합병을 위해서는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과 발행 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은 수소, 해외자원 개발 및 유통 등에서 양사간 사업 시너지가 클 것으로 보인다"며 "알짜 에너지 회사인 SK E&S의 현금 흐름이 잘 이어지면 SK온이 안정적인 상태로 갈 수 있어 모 기업인 SK이노베이션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희경 기자
이상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