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반도체·수소·로봇 임무중심연구소 출범... 소장에 예산·인력 전권 부여

입력
2024.07.17 16:08
오상록 원장,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서 발표
미래 반도체·청정수소·휴머노이드 기술 집중 
"출연연 중 처음 프로젝트 매니저 제도 도입"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반도체, 수소, 인공지능(AI) 및 로봇 분야의 미래 기술 연구개발을 위해 임무중심연구소를 설립하고 소장에게 운영 전권을 주기로 했다.

오상록 KIST 원장은 17일 서울 성북구 KIST 국제협력관에서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과거 “우수한 논문 게재, 특허 출원에 안주”하던 모습을 버리고, “연구자의 연구 본능을 일깨워 시대와 국민이 요구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맏형’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오 원장이 제시한 변화의 키워드가 바로 임무중심연구소다. 기존의 분야별 전문연구소의 칸막이를 열어 보다 구체화한 임무 중심으로 재편한 것이다. 지난 1일 △차세대반도체연구소 △청정수소융합연구소 △인공지능(AI)·로봇연구소의 3개 임무중심연구소가 우선 출범했다. "(이들 분야의 기존 전문연구소가) 다른 연구소에 비해 좋은 성과를 내온 점을 고려했고, 기업이나 대학에서 하기 어려운 과제부터 선정해 임무중심연구소로 구성했다”는 게 오 원장의 설명이다.

차세대반도체연구소의 임무는 반도체 산업의 미래 먹거리를 제시하는 것이다. 연산 능력을 기존의 1,000배로 증가시키고 전력 소비는 100분의 1로 줄이는 초거대 연산반도체를 개발하고, 광기반 양자 프로세서 및 분산형 양자 컴퓨팅을 통해 대규모 양자컴퓨터를 실현하는 연구를 할 계획이다. 청정수소융합연구소는 탄소중립 이행에 필요한 청정수소를 대규모로 공급할 수 있는 경제성 높은 기술을, AI로봇연구소는 폭발물 처리, 실종자 수색 등 사회안전 업무 수행에 투입할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할 예정이다.

임무중심연구소 운영의 핵심은 새롭게 도입한 프로그램 매니저(PM) 제도다. PM은 연구개발 사업을 총괄하는 전문가로, 임무중심연구소에선 소장이 PM을 맡아 연구과제 설정, 인력, 예산 등 연구소 운영에 필요한 전권을 수행하게 된다. 출연연에서 PM 제도를 도입한 건 KIST가 처음이다. 오 원장은 “PM은 축구로 치면 감독”이라며 “PM이 선수인 연구자들이 부딪히는 난관을 해결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연구 성과를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역할까지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KIST는 앞으로 기술 사업화를 지원하기 위해 연구자 창업지원 제도를 신설하고, 기업이나 다른 출연연과의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 향후 뇌과학 및 기후·환경 전문연구소 등 기존 연구소도 변환해 임무중심연구소 3개를 추가로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오 원장은 “출연연으로서 처음 시도하는 임무 중심 연구개발(R&D) 모델을 글로벌 스탠더드로 확장시키겠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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