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의 고속 충전을 도와주는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가 개발됐다.
삼성전기는 이런 기능을 담은 전기차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Battery Management System)용 2,000V(볼트) MLCC를 만들었다고 17일 밝혔다.
MLCC는 전자 제품의 회로에 전류가 일정하고 안정적으로 흐르도록 제어하는 부품이다. 스마트폰과 PC, IT기기, 가전제품, 자동차, 5G, 사물인터넷(IoT) 관련 제품에 두루 쓰인다. 특히 자동차에는 동력 전달과 안전, 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 파워트레인 등에 최대 2만 개의 MLCC가 들어간다.
전기차 BMS는 배터리의 전류와 전압, 온도 등을 관리하며 내연기관 자동차의 엔진과 같은 역할을 한다. 전기차는 배터리 용량에 따라 주행 거리가 결정되기 때문에 용량이 큰 배터리를 빠르게 충전하기 위해서는 사용 전압이 높아질 가능성이 많다.
삼성전기의 새 MLCC는 2,000V를 보증하는 3216(3.2mm x 1.6mm) 크기의 1nF(나노패럿) 제품과 2.2nF 제품 등 두 가지다. 고전압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MLCC 내부에서 높은 전압을 분배할 수 있는 전압 분배 안전 설계를 적용했다고 한다. 회사 측은 독자적 원자재 개발과 내부 전극의 구조를 바꾸는 등 자체 기술력으로 고전압에서 움직이는 MLCC를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전자 부품 신뢰성 시험 규격인 AEC-O200 인증도 땄다.
삼성전기는 2,000V MLCC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용 고전압 MLCC는 가혹한 환경에서 내구성을 보증하고 전류를 공급해야 하는 만큼 만들기 어렵지만 그만큼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으로 꼽힌다. 특히 일반 IT용 MLCC 사용 전압 6.3V와 비교해 전압 사용 환경이 300배 이상 높기 때문에 고전압으로 인한 MLCC 내부 크랙, 방전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모르도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고전압 MLCC 시장 규모는 2024년 40억 달러(약 5조5,000억 원)에서 2029년 110억 달러(약 15조 원)로 연평균 약 22% 성장할 전망이다. 최재열 삼성전기 부사장은 "앞으로 전기차 트렌드와 시장 수요에 맞춘 적기 개발로 전장용 MLCC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