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 대표 돼도 여전히 '쌩큐', 윤석열 대통령과 불화로 당 쪼개질 수도."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은 옛말. 원희룡은 지금 용산 대변인 그 자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당초 긴장하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총선 참패라는 악재를 딛고 여당이 눈에 띄게 변화할 경우 자칫 정국 주도권을 내줄지 모른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안심을 넘어 내심 조롱하는 분위기다. '김건희 여사 문자', '댓글팀', '공소 취하' 등 논란을 가중시키는 대형 이슈가 속출하면서 이전투구 양상으로 흘러가자 민주당은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집권여당 전당대회가 이렇게 막장으로 흘러가는 모습은 처음 봤다"며 "전당대회에서 영부인의 문자가 공개돼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경우가 어디 있는가"라고 탄식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있는 한, 여당 대표를 누가 하더라도 민주당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가 난타전으로 치달으면서 큰 시름을 덜었다. 민주당도 내달 18일 당대표를 뽑는데 이재명 전 대표의 입지가 워낙 탄탄해 '흥행 실패'를 우려하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여당 선거가 후보들끼리 무차별로 치고받으며 볼썽사납게 전개되자 민주당의 단일대오는 오히려 비교우위를 갖게 됐다. 한 초선 의원은 "여당 전당대회가 '봉숭아 학당' 수준으로 흘러가면서 '이재명 일극체제'라는 민주당에 대한 비판도 반감됐다"며 "향후 민주당 내에서 종합부동산세 개편 등을 놓고 정책 토론이 벌어질 경우 대비 효과는 더욱 극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은 한동훈 후보의 당대표 당선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고 있다. 다만 '한동훈 대세론'을 지켜보는 속내는 복잡하다. 한 후보가 단순한 당대표 후보가 아닌 이재명 후보에 맞설 유력 대권 후보로 꼽히기 때문이다.
한 친명계 의원은 "한 후보가 문자 파동에도 불구하고 당권을 잡을 경우 여권 주자 중 대권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후보가 대권 후보가 되는 게 민주당 집권을 위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 한동훈'의 대결 구도에서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친명계 의원은 "대선에서 가장 까다로운 후보는 한 후보가 아니다"라며 "한 후보가 당권을 잡더라도 내홍을 수습하긴 쉽진 않기 때문에 향후 더 위협적인 후보들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른 후보들에 대한 평가는 매정했다. 특히 원희룡 후보에 대해서는 "과거의 개혁 이미지가 사라졌다", "원 후보가 대표가 되면 윤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오히려 나경원·윤상현 후보에 대해서는 '수도권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훨씬 "위협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