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 여고생 '킥라니'에 60대 사망… 킥보드 속도제한 탄력받나

입력
2024.07.17 12:00
킥보드 사고·사망자 5년 새 2배 이상↑
정부는 최고속도 20㎞로 제한 검토

경기 고양에서 무면허 고등학생이 몰던 전동킥보드에 치인 60대 여성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도로 안전을 위협하는 '킥라니'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증가하면서, 개인형 이동장치(PM)의 최고속도를 제한하려는 정부 정책이 탄력받을 것으로 보인다. 킥라니란 전동킥보드를 도로에 갑자기 튀어나오곤 하는 야생동물 고라니에 비유한 신조어다.

17일 경기 일산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8일 저녁 무렵 고양시 일산동구 호수공원에서 여고생 2명이 자전거도로에서 전동킥보드를 함께 타고 가다 산책 중이던 60대 부부를 들이받았다. 킥보드 운전자가 자전거를 피하려다 부부와 충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고로 부인이 머리를 크게 다쳐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9일 만에 숨졌다.

여고생들은 헬멧 등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무면허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2021년 시행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전동킥보드를 운전하려면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가 필요하다. 하나의 킥보드에 2명 이상이 타거나, 안전모를 쓰지 않는 행위도 불법이다. 경찰은 사고 가해자 2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이들이 면허도 없이 어떻게 킥보드를 대여했는지 조사 중이다.

고양시에선 6년 전에도 행인이 킥보드에 치여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2018년 9월 한 40대 운전자는 일산서구의 아파트 앞 도로에서 전동킥보드를 몰고 가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40대 여성과 부딪쳤다. 사고 피해자는 뇌사상태에 빠져 병원 치료를 받다 사망했다. 전동킥보드로 인한 첫 보행자 사망사고로 알려졌다.

누리꾼들 "정치권은 사고에 관심 없나"

사고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관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서 한 누리꾼은 "전동킥보드 사고로 사망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 정치권에선 관심이 '1'도 없는 것 같다"고 탄식했다. 다른 누리꾼도 "젊은 친구들이 속도를 내고 타다 보니 도심은 안전제로 상태다.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전동킥보드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사고 빈도와 인명피해는 급증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의 사고건수는 2020년 897건에서 지난해 2,389건으로 2.6배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사망자 수도 10명에서 24명으로 껑충 뛰었다.

국회서도 안전요건 규제 법안 발의

정부도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전동킥보드의 최고속도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8일 정부는 킥보드 대여업체 10곳과 업무협약을 맺고, 올해 말까지 전국에서 최고속도를 시속 20㎞로 제한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현행법상 최고속도는 시속 25㎞다. 속도를 5㎞만 줄여도 킥보드의 정지거리가 26%, 사고 때 충격량이 36% 감소한다는 연구결과(2022년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나와 있다. 정부는 효과가 검증될 경우 관계법령을 개정할 방침이다.

국회에서도 킥보드 안전을 강화하는 법안이 나왔다. 대표적으로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7일 '개인형 이동수단의 안전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개인형 이동수단의 안전요건 규정 및 제재 △학교에서 개인형 이동수단에 관한 교통안전교육 실시 등 방안을 담고 있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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