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의견을 취합해 대학교수에 대한 평가를 공개한 인터넷 사이트가 대상 교수의 인격권을 위법하게 침해하지 않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달 17일 서울대 A교수가 인터넷 사이트 '김박사넷' 운영사 팔루썸니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2018년 개설된 김박사넷은 각 대학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교수에 대한 한줄평과 연구실에 대한 등급 평가를 남기고 공유할 수 있는 사이트다. 이메일 계정을 통해 인증을 받은 재학생·졸업생이 교수 인품, 실질 인건비, 논문지도력, 강의 전달력 등 5가지 지표를 A+부터 F까지 5등급으로 평가해 연구실 등급을 매길 수 있게 했다. 각 평가들은 기계적으로 취합돼 오각형 그래프 형태로도 제공된다.
A교수의 연구실은 평가 지표 대부분 낙제점인 F 또는 D+를 받았다. 한줄평에도 부정적인 내용이 많았다. A교수는 김박사넷에 게시된 자신에 대한 정보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팔루썸니는 A교수의 이름과 이메일, 사진을 삭제한 뒤 한줄평 전부를 차단 조치했지만 그래프 삭제는 거부했다.
이에 A교수는 '인품' 항목이 낮게 평가된 그래프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고 인격권을 침해한다며 2018년 11월 위자료 1,000만 원과 평가 삭제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 2심 재판부는 모두 김박사넷 손 들어줬다. 1심은 "그래프는 대학원 연구 환경에 대한 정보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피고가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로 평가 그래프를 게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김박사넷은 학생들의 대학원 진학 결정과 연구 환경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고 보인다"고 평가했다.
2심 재판부는 "표현 행위의 형식과 내용 등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거나 타인의 신상에 관해 사실을 왜곡해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 표현의 자유의 영역으로 두텁게 보호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김박사넷이 A교수의 개인정보 등을 수집·제공한 행위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로 평가할 수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