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연 확장보다 '충성심'... 40세 정치신인 부통령 후보 선택한 트럼프

입력
2024.07.1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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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펜스의 배신... '충성심 투사' 최우선시 
피격 사건 후 '트럼프 대세론' 자신감도 반영
밴스, 과거엔 "트럼프는 미국의 히틀러" 비난
이후 태도 180도 돌변... '친트럼프' 대표 주자

자신감의 발로일까.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트럼프 아바타'로 불리는 상원의원 JD 밴스(40)를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15일(현지시간) 낙점했다. 지지층 외연 확장보다는 '친(親)트럼프 진영' 공고화에 무게를 둔 포석으로 해석된다.

1984년생인 밴스는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로 불리는 미국 중서부 오하이오 출신이다. 마약중독자 모친의 학대와 가난 등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고교 중퇴 위기를 넘긴 뒤 해병대에 입대해 이라크에 파병되기도 했다. 이후 2013년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했고, 실리콘밸리에서 벤처 캐피털리스트로 자수성가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이런 삶을 기록한 자서전 '힐빌리(Hillbilly·가난한 백인 노동자를 일컫는 말)의 노래'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펜스가 남긴 배신의 기억... '충성심' 최우선

정치공학적으로 보면 '밴스 카드'가 안전하진 않다. 정치 경력은 2022년 11월 당선된 상원의원이 전부다. 경쟁자였던 억만장자 자산가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 같은 자금력도 없다. 히스패닉계의 지지를 끌어올 수 있고, 정치 경력 25년인 쿠바계 미국인인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에도 뒤처져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밴스는 경합지 출신이 아니고, (트럼프 열혈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동맹도 확장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발탁 배경은 '충성심'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충성파'를 부통령 후보로 선정할 것이라는 예상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그는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때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이 자신에게 반기를 들었던 기억을 '배신의 트라우마'로 간직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밴스는 1·6 의사당 폭동 사태와 관련, "내가 트럼프의 부통령이었다면 바이든이 이긴 경합주들의 선거인단 투표를 거부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사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2016년 대선 무렵, 밴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미국의 히틀러" "문화적 마약" 등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2020년 대선 땐 "생애 최고의 대통령"이라고 극찬하는 등 태도를 180도 바꿨다. 2021년 직접 사과도 했다. '백인 노동자의 분노를 이해하는 유일한 정치인'이라고 생각을 바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강경한 트럼프 충성파'의 핵심이다. 우크라이나 지원 반대를 비롯, △임신중지 반대 △강경한 이민 정책 등 모든 분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똑같은 입장을 갖고 있다.

"누가 러닝메이트인들"... 트럼프 자신감 발로?

게다가 13일 피격 사건으로 굳어진 '트럼프 대세론'도 밴스 낙점 기류에 쐐기를 박았다. 통상 미국 대통령 후보는 인종, 연령, 성별, 정치 성향 등 다양한 측면에서 자신의 단점을 보완해 주는 러닝메이트를 택한다. 지지 기반 확장을 위해서다. '노령·백인·남성'인 바이든 대통령이 '젊은 흑인 여성'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하는 게 대표적이다.

총격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더 트럼프다운' 파트너로도 승산이 충분하다고 본 듯하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는 중도 성향보다 '마가' 정신을 두 배 강화할 인물을 택했다"며 "승리를 확신하는 사람의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WSJ는 "부동층 표심 획득을 위한 러닝메이트가 필요 없을 만큼, 대선에 자신감이 있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이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