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북미에 한국 연극의 위상을 알릴 만한 작품을 만들겠다."
박정희(66) 국립극단 신임 단장 겸 예술감독은 16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립' 타이틀에 걸맞게 마지막 한 사람의 국민까지, 더 나아가 세계 시민들도 '애정'할 수 있는 극단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취임한 박 단장은 임기 3년의 포부를 밝히면서 "국제교류 담당 프로듀서를 채용하고 국제 네트워크를 형성해 작품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겠다"는 구체적 실행 방안도 덧붙였다.
2010년 국립극장으로부터 분리돼 재단법인화된 국립극단은 현재 명동예술극장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의 2개 극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내년부터는 남산 국립극장으로 귀환하게 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과 달오름극장, 명동예술극장의 3개 극장 체제가 된다. 박 단장은 "달오름극장에서는 인문학적 질문을 던지는 시대의 문제작을, 해오름극장에서는 K콘텐츠로 발전할 수 있는 대형 작품을 공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 단장은 '국립극단 자체규약(National Theater Standard·NTS)'을 제정해 연출가, 작가, 배우, 제작 PD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건강한 창작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협업 문화를 개선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취임 후 국립극단 직원의 48%가 퇴사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창작진과 제작진 간 신뢰가 깨진 게 원인이었다"며 "갑을관계가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밖에 관객과의 스킨십 강화, 명동예술극장 르네상스 등을 '한국 대표 극단' 목표를 위한 운영 방안으로 강조했다.
박 단장은 2001년부터 극단 '풍경'을 이끌어 온 연극 연출가로, 여성 연출가의 국립극단 단장 취임은 그가 처음이다. 그는 직접 작품을 연출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체력과 시간이 된다면 1년에 두 편은 하고 싶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