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감 감도는 SK...그룹 운명 달린 17일, 자산 100조 원 대형 에너지 기업 탄생하나

입력
2024.07.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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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SK이노·SK E&S 이사회 개최
양사 합병 비율 산정 관건
SK온 합병안도 검토 중


SK그룹이 운명이 걸린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작업(리밸런싱)을 본격 시작한다. 그룹 에너지 부문 중간 지주사로 실적 부진에 빠진 SK이노베이션을 알짜 비상장사 SK E&S와 합병하는 게 첫걸음이다. SK이노베이션 실적 부진의 배경으로 꼽히는 자회사 SK온을 그룹 내 다른 알짜 기업과 합치는 방안도 다각도로 검토한다.

16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두 회사의 합병안을 살핀다. 각사 이사회가 합병안을 승인하면 자산 100조 원이 넘는 초대형 에너지 전문 기업이 탄생한다. 합병안이 통과되면 두 회사의 최대 주주인 SK㈜는 18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합병 비율 등 논의 결과를 검토할 전망이다.

SK에너지 등 9개 자회사를 거느린 SK이노베이션은 정유‧석유화학 등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 기업으로 보유 자산이 86조 원에 이른다. SK그룹 지주사인 SK㈜가 지분의 36.2%를 갖고 있다. SK㈜가 지분 90%를 보유 중인 SK E&S액화천연가스(LNG)와 수소‧재생에너지 산업을 핵심으로 하는 자산 규모 19조 원의 비상장사다.

SK그룹은 두 회사를 합병해 에너지 사업에서 시너지를 얻고 SK이노베이션 실적 악화의 배경인 자회사 SK온의 자금난을 해소하겠다는 계산이다. 2021년 10월 출범 후 10개 분기 연속 적자인 SK온은 1분기(1~3월)에만 영업손실 3,315억 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태원 회장은 5월 대한상공회의소 기자간담회에서 "전 세계적 ESG(환경·책임·투명경영) 퇴조 트렌드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며 전기차 역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배터리 사업 투자를 계속할 뜻을 분명히 밝혔다.


합병안 이사회 통과해도 주주·투자자 설득 갈 길 멀어


다만 두 회사 주주 동의와 투자자 설득이 변수로 떠오른다. 특히 SK E&S는 투자자인 글로벌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를 설득해야 한다. KKR은 2021년부터 3조1,350억 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사들이며 SK E&S에 투자했다. RCPS는 만기 때 투자금을 배당금 등과 함께 돌려받거나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만기 시점이 2026년 11월(2조4,000억 원), 2028년 1~11월(7,350억 원)인데 KKR의 반대에도 합병을 강행하는 '경영상 중대한 변화'가 있으면 조기 상환도 요구할 수 있어 자금난 해소가 목적인 합병의 이유가 사라진다.

합병 비율이 관건인데, 주식 시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비율이 1대 2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지난해 7월 20만 원대 초반에서 지속적으로 떨어져 최근 10만 원대 초반이다. 비상장사인 SK E&S의 가치는 지배주주 결정에 따라 달라지는데 2021년 KKR이 RCPS 409만 주를 사들일 당시 우선주 1주당 발행가가 58만6,182원이었다. 이를 보통주로 바꾸면 절반인 29만3,091원이다. 계열사 사이의 합병에서 합병가액을 기준 시가의 10% 범위에서 할인 및 할증할 수 있는데, SK E&S가 주당 29만4,000원으로 인정되고 SK이노베이션은 할인 또는 할증한 가액을 더해 주당 10만 원 초중반대라고 계산하면 이노베이션과 E&S의 합병 비율이 1대 2 수준으로 정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SK㈜와 SK E&S 투자자는 합병한 신설 법인의 지분이 늘어 유리해진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 주주는 합병 신설 법인의 지분 비중이 그만큼 줄어든다. SK이노베이션의 지분 구조는 최대 주주 SK㈜ 다음으로 개인 24.9%(2023년 말 기준), 외국인 20.9%, 기관 14.3% 순이다. 개미 투자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합병을 위해서는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과 발행 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

SK온의 자체 흑자 구조를 만들기 위한 방안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SK온과 또 다른 자회사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 합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에너지와 SK인천석유화학 등 원유 수입과 제품 수출을 담당하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지난해 매출 48조9,630억 원, 영업이익 5,746억 원을 냈다. SK에너지의 탱크 터미널 사업을 하는 SK엔텀도 지난해 매출 2,576억 원을 기록하는 등 안정적 이익이 기대된다.




이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