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요양원의 ‘묵 할머니’는 ‘나’에게 부고를 써줄 것을 부탁한다. 그는 지난 삶을 7개의 단어로 간추린다. “노예, 탈출 전문가, 살인자, 테러리스트, 스파이, 연인, 어머니.” 남은 하나가 무엇이냐는 '나'의 질문에 묵 할머니는 긴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의 생애는 한국사의 가장 아픈 시기를 고스란히 관통한다. 격동하는 역사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맹렬하게 뻗어 나간다. 위즈덤하우스·408쪽·1만8,800원
△녹아내리기 일보 직전
달리 외 지음. 송수연 엮음. 타자의 존재를 일깨우고 다름을 이해하는 길을 열어주는 4편의 청소년 소설이다. 어른 중심 세계에서 구석으로 밀려난 청소년들의 사연이 변방의 다른 존재들과 맞물린다. 이야기는 공상과학(SF)과 호러, 로맨스 등 장르물 형식을 띠고 있다. 성소수자, 파충류형 인간인 '렙틸리언' 등이 주인공인 서사는 익숙한 세계가 낯선 곳으로 바뀌며 다채롭게 펼쳐진다. 문학동네·216쪽·1만2,500원
△최씨네 종말 탈출기
김은정 지음. 100일 앞으로 다가온 지구 종말 예언이 세계를 뒤덮었을 때 최씨네에는 또 다른 종말이 예고된다. 한때 최씨네 소유였던 땅 밑 벙커에 숨지 않으면 일가가 전멸하리라는 것. 지구 종말과 가족 해체를 막기 위한 최씨네의 분투가 시작된다. 괴팍한 할아버지부터 은둔형 외톨이 삼촌, 성전환 수술을 받은 큰삼촌까지 하나로 뭉치며 이들 각자의 사연이 드러난다. 뭉클하고 유쾌한 가족 드라마. 북레시피·360쪽·1만8,000원
△다정한 이웃
서수진 지음. ‘한나’와 ‘애슐리’, '미아', ‘도은’은 시드니의 한인 교민 여성들이다. 이들은 ‘이방인’의 정체성으로 묶인 공동체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정상성에 집착하며 위선을 택한다. 잘 가공된 이들의 일상은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무너진다. 실종된 도은의 남편 ‘후이’의 행방을 좇는 일주일간, 이웃들의 사생활과 섬찟한 진실이 하나둘 떠오른다. 미스터리한 전개와 함께 이방인의 삶과 정서가 드러난다. 읻다·212쪽·1만7,000원
△밀란 쿤데라: "글을 쓰다니, 참 희한한 생각이네!"
플로랑스 누아빌 지음. 김병욱 옮김. 소설 ‘농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을 남긴 밀란 쿤데라는 체코에서 태어나 프랑스로 망명하며 20세기 유럽의 격동을 온몸으로 겪었다. 쿤데라와 30여 년간 우정을 쌓은 저자가 그의 작품, 인터뷰, 편지, 개인적인 추억을 책으로 엮었다. 여느 전기와는 다른 방식으로 쿤데라의 굴곡진 삶을 따라가는 글에서 애정과 경탄이 엿보인다. 뮤진트리·396쪽·2만2,000원
△작가들
앙투안 볼로딘 지음. 조재룡 옮김. 대중에게 알려지지 못했거나 외면당한 7명의 작가를 주인공으로 세운 소설 7편. 이들은 전쟁과 학살에 저항한 끝에 고문을 당하고, 종신형을 선고받고, 정신 병동에 갇힌 채 죽음을 바라본다. 작가들의 초상은 저자가 주창한 죽은 자들과 소외된 자들의 문학 ‘포스트엑소티시즘’으로 수렴한다. 현대사 비극 너머에서 ‘실패한 글쓰기’를 이으며 잊혀 간 이들의 이야기. 워크룸프레스·180쪽·1만7,000원
△꿈을 걷는 소녀
백혜영 지음. ‘새별’에게는 다른 사람의 꿈속으로 들어가는 능력이 있다. 언제부턴가 고등학생 시절 엄마의 꿈을 대신 꾸기 시작한 새별은 그 안에서 엄마가 30년간 묻어둔 상처를 발견한다. 책은 엄마가 친구를 잃은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와 새별의 동생 ‘은별'의 놀이기구 사고를 교차한다. 참사의 고통 속에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아픈 기억을 공유하는 일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밝은미래·260쪽·1만6,000원
△고아 소녀 버티
강밀아 글. 안경희 그림. 주인공 ‘버티’는 행복한 아이다. 부모님이 없다는 이유로 그를 무시하는 시선에도 굴하지 않는다. 태권도를 가르쳐주는 '샤샤' 언니, 주말마다 함께 낚시를 가는 ‘마리 이모’와 ‘포비 삼촌'의 맛있는 요리가 있어서다. 버티는 “부모가 없어도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에서 무럭무럭 자라난다. 책은 고아를 향한 편견을 뒤집고, 아이를 함께 키우는 공동체의 미래를 그렸다. 옐로스톤·40쪽·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