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 당일 돌려주라 지시”··· 이제 와서 누가 믿겠나

입력
2024.07.1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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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 행정관이 지난 3일 검찰 참고인 조사에서 “당일 김 여사가 가방을 돌려주라고 했지만 깜박 잊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지난해 11월 사건 폭로 직후 바로 해명이 나왔어야 상식적이다. 8개월이 지나 검찰 수사를 받는 시점에 와서 직원의 개인 잘못으로 맞춰졌다는 의심을 떨치기 어렵다. 더구나 김 여사의 변호인은 “이런 사건에서 현직 영부인을 소환하게 되면 부정적 선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는데, 민심과 동떨어진 현실 인식이라 하겠다.

해당 행정관은 최재영 목사와 김 여사의 2022년 9월 만남 일정을 조율한 당사자다. 이 만남에서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명품백을 건넸다. 행정관은 “그날 밤 김 여사가 ‘받을 만한 물건도 아니고 쓸 만한 것도 아니니 돌려주라’고 지시했으나 다른 업무를 처리하느라 깜박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여사는 가방을 만진 적도 없고, 이후 관저 창고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공직자는 자신이나 배우자가 받은 금품을 지체 없이 반환하도록 청탁금지법에 규정돼 있는데, 이를 준수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통령 부부의 법적 책임을 해소하고, 직원의 업무 착오로 사건을 축소할 수 있는 진술이다.

이 진술의 신빙성을 확정하긴 이르다. 당시 업무지시 메시지 등을 통해 증명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지만, 그대로 믿기엔 수많은 의문부호가 따른다. 그 자리에서 돌려주지 않다가 직후 돌려주도록 했다는 것도 납득이 어렵고, 윤석열 대통령의 두 차례 기자회견이나, 김 여사가 총선 전 한동훈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이 건의 사과 여부를 다섯 번 문의한 문자메시지에서도 비슷한 해명은 나온 적이 없다. 김 여사가 '받을 만한 물건이 아니'라고 했다는 것은, 대통령실이 대통령 부부 선물 규정에 따라 대통령기록물로 귀속됐다는 당초 설명과도 배치된다.

이런 상황에서 김 여사 측이 소환 조사를 거부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건 유감이다. 김 여사의 법률 대리인인 최지우 변호사는 CBS노컷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일반 사건이었으면 각하됐을 것”이라며 영부인 소환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역차별을 주장하고 있지만, 오히려 평범한 시민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수사와 소환이 어렵진 않을 것이다. 특권을 당연시하는 자세 때문에 정권의 신뢰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