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으로 죽어가는 개들의 고통은 여전"… 초복 앞두고 청계광장에 모인 시민들

입력
2024.07.14 19:00
'개 식용 특별법' 통과됐지만 여전히 개 도살 이뤄져
정부에 개 식용 종식 위원회 구성과 불법 행위 단속 촉구



"개 식용 종식! 지금 여기서부터 공존."

초복을 이틀 앞둔 13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는 시민단체와 시민 1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2024 초복 문화제'가 개최됐다. 30여 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개 식용 종식을 촉구하는 국민행동'이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ㆍ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된 뒤 처음 맞는 초복을 맞아 주최한 행사다. 이들은 "지금 여기서부터 공존"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여전히 뜬장에 갇혀 있는 개들을 떠올리며 종이 비행기를 날려 보냈다. 또 강아지 인형을 이용해 뜬장에서 구조되는 모습을 재연하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올해 1월 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증식·도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개 식용 종식 특별법'이 통과됐지만 유예기간인 2027년 2월까지 완전한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여정은 험난하다. 개 식용 산업 관계자들의 조기 전폐업을 유도하고 남은 개들의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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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행동은 "특별법 통과 후 첫 복날에도 여전히 이어지는 죽음 앞에 애도를 전하고, 실질적인 개 식용 종식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모였다"며 이번 문화제의 취지를 밝혔다.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식용을 위한 개 도살을 중단하고 공존을 위해 함께 나아가자는 의지를 다졌다.

방송인 안혜경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일레트로닉 듀오 'Love X Stereo(러브엑스테레오)', 싱어송라이터 '예람', 극단 바람컴퍼니가 출연해 다양한 문화공연을 펼쳤다. 이들은 각각 개농장과 동물권을 주제로 한 노래를 통해 식용으로 희생당한 개들에게 애도를 전했다. 바람컴퍼니는 창작 낭독극 '이름 있는 개, 무량'에 개들의 참혹한 현실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았다.

각 공연 사이 진행된 대담에서는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김도희 동물해방물결 해방정치연구소 소장, 김세현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가 참석해 개 식용 종식 특별법과 종식 이행을 위한 과제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김 소장은 개 식용 종식 이행을 위한 실질적 내용이 담길 시행령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개는 물건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이 통과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특별법 통과 후 개 농장 상황에 대한 질문에 김 대표는 "도살은 더 은밀하게 이뤄지고 제보는 더 늘면서 활동가들은 여전히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정부가 개들을 살리기 위해 시급히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답했다.

조 대표는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산업 종사자들이 최대한 빠르게 개 식용 종식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며 "소모적인 갈등은 접어두고, 개 농장 내 신규 번식 금지 등 개들의 희생을 최소화하며 조속한 종식을 위해 시민사회와 정부 모두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개 식용 종식 추진단'을 발족하고, 시·도별 '개 식용 종식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개 식용 종식 이행을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반면 대한육견협회는 지난 3월 특별법 위헌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이달 9일에는 정부 관계자를 감사 청구하는 등 개 식용 종식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국민행동은 신속한 개 식용 종식을 위해 정부에 개 식용 종식 위원회 구성과 개 식용 관련 불법 행위 적극 단속 및 처벌을 촉구했다. 또 육견협회에는 "위헌 소송을 취하하고 전폐업 절차 논의에 참여해 개 식용 종식에 적극 협력하라"고 주문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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