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8월 국내 이커머스 1위 쿠팡의 유료 멤버십 요금 인상을 앞두고 승부수를 던졌다. 연회비 부담 없이 이마트의 신선 식품을 당일 혹은 다음 날 새벽 무료로 받아볼 수 있는 멤버십을 새롭게 내놓은 것. 가파르게 오른 멤버십 요금에 부담을 느껴 쿠팡을 떠나려는 '탈(脫)쿠팡족(이하 탈팡족)'을 빨아들이려는 뜻이 담겼다. 여기에 네이버·컬리 등도 멤버십 할인 혜택을 내세우며 탈팡족 공략에 나서면서 이커머스 업계의 멤버십 전쟁이 2라운드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세계그룹 이커머스 업체인 SSG닷컴은 "15일 식품·생필품 특화 멤버십인 '신세계 유니버스 쓱배송 클럽'을 론칭한다"고 14일 밝혔다. 지난해 6월 신세계그룹은 신세계 유니버스라는 통합 멤버십을 출시했다. 연회비 3만 원(적립금 3만 원 환급)을 내면 이마트와 SSG닷컴, G마켓, 신세계백화점 등 어디서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다만 모든 유통 채널·상품군에서 폭넓은 혜택을 주는 터라 온라인으로 장을 보는 고객 입장에선 혜택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장보기' 특화 멤버십을 내놓은 것.
쓱배송 클럽 회원은 쓱배송(당일 배송)·새벽배송 주문 시 쓸 수 있는 무료배송 쿠폰을 다달이 세 장 받는다. 주문 금액이 1만4,900원 이상이면 된다. 신세계 유니버스 회원은 4만 원 이상 주문해야 무료 배송을 받을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춘 것이다. 쿠팡 로켓프레시(1만5,000원), 컬리(2만 원) 등 다른 신선식품 새벽 배송과 비교해도 가장 낮다. 또 쓱배송 클럽 회원에게는 8% 할인 쿠폰도 세 장 지급된다. 반면 연회비는 1만 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가입과 동시에 '장보기 지원금' 1만5,000원을 지급하기에 사실상 무료다.
신세계가 역마진을 감수하면서까지 마케팅 공세에 나선 것은 탈팡족을 흡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해서다. 다음 달 7일부터 쿠팡 유료 서비스(와우멤버십) 월 회비가 58.1%(4,990→7,890원) 오른다. 4월 이런 요금 인상안이 발표된 이후 가입 해지를 고민하는 이들이 늘어나자 신세계는 탈팡족을 겨냥해 공격적 정책을 발표해왔다.
공산품 익일 배송 서비스인 '쓱1데이 배송'을 강화하는 한편, 신세계백화점 전체 상품에 대해 무료 반품 서비스를 도입한 게 대표적. 이어 마지막으로 현금성 혜택까지 보장하는 쓱배송 클럽을 승부수로 띄운 것이다.
SSG닷컴은 이날 타사 멤버십 이용 화면을 캡처해 올리는 가입자에게 'SSG머니(온라인 적립금)' 1만5,000원도 주겠다고 했다. 쿠팡 해지 후 쓱배송 클럽에 가입하면 장보기 지원금(1만5,000원), 갈아타기 지원금(1만5,000원) 등 3만 원 상당 현금성 혜택을 받는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4인 가족이 한달 세 번 장을 본다면 8% 할인 쿠폰(5만 원 이상 사용 가능)을 적용해 최소 1만2,000원(4,000원X3회)을 아낄 수 있다"며 "급하게 장을 볼 땐 3회까지 무료 새벽 배송 쿠폰을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회비 부담이 없는 걸 고려하면 파격적"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쿠팡의 최대 강점인 '무제한' 무료 배송·반품 서비스를 뛰어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관측도 있다. 기존 고객들이 급하게 기저귀나 학용품 등이 필요할 때 1,000원짜리라도 다음 날 새벽에 받아볼 수 있는 로켓배송의 편리함을 쉽사리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업계 내 탈팡족 흡수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도 변수다. 컬리는 이달부터 '컬리멤버십(월 1,900원)' 고객이 2만 원 이상 구입 시 무료 배송을 해주고 있다. 네이버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월 4,900원)' 혜택에 배달앱 요기요에서 무료 배달이 가능한 '요기패스X'를 추가했다. 쿠팡 회원의 쿠팡이츠 무료 배달을 겨냥한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