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배현진 피습 엊그제 같은데... 트럼프 피격에 놀란 한국 정치권

입력
2024.07.14 16:10
총선 앞둔 올해 1월에도 두 차례 테러
송영길 박근혜 등 대형 정치 행사 때마다 반복
여야의 극한 대결에 테러 반복될지 우려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총기 습격을 당하면서 국내 정치인들을 향한 테러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불과 6개 월 전인 올해 1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피습을 당했을 정도로 정치인들을 향한 테러가 종종 발생하는 현실에서 여야 간 극한 대결은 더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정치인 테러의 안전지대는 아니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유력 정치인 두 명이 잇따라 피습을 당했다. 지난 1월 2일 부산 강서구 가덕신공항 부지를 방문한 이 전 대표는 흉기를 든 60대 남성으로부터 목 부위를 공격당했다. 현장에서 쓰러진 이 전 대표는 이후 응급조치를 한 뒤 서울로 이송돼 2시간가량의 수술을 했고, 8일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재명을 죽이려 했다"고 진술한 피의자 김모씨는 지난 5일 1심에서 살인미수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이 전 대표 피습 충격이 가시기도 전인 같은 달 25일에는 배 의원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 인근에서 10대 남성에게 둔기로 습격당했다. 사건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이 남성은 혼자서 건물 입구 쪽에서 서성이다가, 혼자서 나오는 배 의원의 머리 쪽을 돌로 수차례 가격해 상해를 입혔다.

2006년 지방선거 당시 벌어진 박근혜 전 대통령 커터칼 사건도 정치인 피습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서울 신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장을 찾았다가 50대 남성 지모씨가 휘두른 커터칼에 얼굴에 10㎝가량의 자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았다. 지난 대선 때인 2022년 3월에도 송영길 당시 민주당 대표가 신촌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 지원 유세를 하던 도중 60대 남성에게 둔기에 머리를 가격당해 우려를 낳았다.

작금의 정치 현실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에서도 정치인들을 향한 테러가 재발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테러가 터질 때마다 정치인들은 자성의 목소리를 내지만, 그뿐이다. "지지층이 원하는 정치를 한다"는 명분으로 극성 팬덤에만 매달리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정치인 테러 우려는 전국 단위 선거 등 특정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커지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SNS의 발달로 특정 정치인에 대한 팬덤 현상이 강화돼 정치인과 팬덤이 상대를 '협상 파트너'가 아닌 타도해야 할 '악마'로 규정하고 있다"며 "극단적으로 감성화된 정치 행태가 테러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