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되면 당정 위험"... 텃밭 TK서도 '韓 견제'만 눈에 보인 與

입력
2024.07.12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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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 연설 
한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큰마음으로 정치” 
원 "대통령 탄핵 몸 바쳐 막아낼 것” 
나 "정부 잘못한 것은 고칠 것” 
윤 "민주당 이기는 승리 DNA 흘러”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 나선 당대표 후보들이 12일 텃밭인 대구·경북 합동연설회를 가졌다. 전날 TV토론회에서 가열된 공방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상호 비방을 비교적 자제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책임’ ‘총선 패배’ 등을 고리로 한동훈 후보를 향한 나머지 후보들의 공세가 이어졌다.

한 후보는 이날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중화학공업 발전이라는 위대한 결단을 한 박정희 대통령, 기라성 같은 대구·경북 정치인들의 뚝심을 존중한다”며 “대구·경북 시민의 위대한 애국심이 이 나라를 여기까지 이끌어 왔다”고 평가했다. 한 후보는 “지난 총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찾아뵈었는데 너무 따뜻하게 맞아 주셔서 감사했다”며 “저도 그런 큰마음을 가지고 정치를 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했다.


반면 원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나”라며 “누군가는 인생의 화양연화였을지 몰라도 우리 모두 지옥을 겪었다. 다시는 대통령 탄핵을 겪으면 안 된다”고 했다. 사실상 국정농단 사건 당시 수사검사로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을 구형했던 한 후보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원 후보는 “이번에 뽑히는 당대표는 대통령과 신뢰가 있어야 한다”며 “제가 온몸을 던져 거대야당의 탄핵으로부터 당과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했다.

나 후보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패싸움이 너무 심하다"고 한 후보와 원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자기가 살자고 당무개입, 국정농단 이런 금기어를 함부로 쓰는 후보가 있다”며 “그런 후보가 당선되면 당정 파탄이 난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의 문자에 답을 했다면 국정농단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라고 언급한 한 후보를 견제한 것이다. 원 후보를 향해서도 “용산을 맹종하는 후보는 절대 안 된다”며 “제가 대통령과 정부가 잘못한 건 바로 고치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지난 4월 총선에서 우리는 괴멸적 참패를 당했다. 집권 여당 사상 최악의 참패”라며 “괴멸적 참패 이후에도 책임을 묻는 사람도, 책임을 지는 사람도 없었다”고 했다. 당시 국민의힘을 이끌었던 한 후보를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지지자들 사이의 신경전도 치열했다. 서병수 선거관리위윈장이 단상에 올라 “후보들은 이 시간부터 (비방을) 자제해 달라”고 하자 한 후보 지지자들은 일제히 “원희룡 적당히 해”라고 외쳤다. 원 후보 지지자들은 한 후보 연설 때 “원팀, 원희룡”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어 보이며 맞섰다. TK 영남권은 이번 전당대회 선거인단(84만명) 가운데 40.3%을 차지하며, 이날 연설회장에는 당 추산 3,500여 명이 참석했다.

집중적인 견제에도 '한동훈 대세론'은 여전하다. 한국갤럽이 9~11일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 564명을 조사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한 후보 선호도가 45%로 가장 높았고, 나 후보 15%, 원 후보 12%, 윤 후보 3%로 나타났다. 한 후보는 지난달 27일 조사에 견줘 7%포인트 오른 반면 원 후보는 4%포인트 떨어졌다. '김건희 여사 문자 사건' 이후 한 후보 지지도가 오히려 오른 것이다. 한국갤럽은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 격화 후 무당층에서 한 후보 선택이 늘었다”고 했다.

원 후보는 연설 후 기자들을 만나 “후보 간 공방이 치열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검증은 치열하게 해야 한다”며 “나에 대한 검증도 치열하게 해 달라”고 했다. 나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최근 원 후보를 앞선 것을 두고 “전당대회가 진행되며 인기투표에서 실질적으로 실력을 검증하는 단계가 됐다”며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우리 스스로를 옭아매는 후보들이 있는데, 당대표 자질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심의여론조사위원회나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대구= 정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