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둘을 혼자 키우는 40대 워킹맘 김모씨는 최근 첫째 아이가 교통사고를 당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골절 수술에 한 달가량 입원하니 병원비가 300만 원이 넘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인터넷을 검색하다 우연히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에서 운영하는 한부모가정의료보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행히 가입자임을 확인하고 입원일당 10만 원씩 250만 원을 보장받았다.
이처럼 한부모가정이나 저신용 서민들이 힘들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보험을 운영하고 있지만, 보험 지급금은 납부한 보험금의 20%에도 못 미칠 정도로 활용도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약계층의 피해 보상을 위해 매년 5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음에도 홍보 부족으로 결국 보험사 배만 불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본보가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받은 서금원의 정책보험 운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금원은 서민자립지원보험과 한부모가정의료보험을 각각 운영하면서 최근 4년간 약 196억 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두 보험의 보험금 지급금은 약 37억6,300만 원(연 평균 9억4,000만 원)으로, 손해율(보험회사가 거둬들인 보험료 중에서 고객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은 19.1%에 그친다. 상해나 질병이 발생했을 때 보상하는 보장성 보험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매우 낮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실제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0% 수순이며, 실손보험 손해율은 100%를 크게 웃돈다.
취약계층은 질병, 사망, 재해 등에 따른 충격이 상대적으로 크고 심각하다는 점에서 보험 필요성은 더 높다. 경제적 여력 부족 등으로 보험가입이 저조한 만큼 정책자금을 통해 지원하겠다는 취지에서 이 사업이 시작됐다.
서민자립지원보험은 서금원이 미소금융 신규 대출자,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 신규 확정자 중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단체보험이다. 서금원이 삼성화재 현대화재 메리츠화재 등 5개 보험사에 보험료를 내며 대신 가입해주고, 상해·질병·사망 등의 피해를 입은 취약계층이 보험금을 받는 구조다.
가입 건수는 2021년 2만8,810건, 2022년 3만3,008건, 2023년 4만9,660건, 올해 5만79건으로 해마다 늘었고, 서금원이 지불한 보험료도 매년 20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보험금 수령 규모는 2021년 5억5,000만 원(1,647건), 2022년 1억1,000만 원(462건), 2023년 4,000만 원(147건), 올해(4월까지) 300만 원(11건)에 그쳤다. 보험금 청구는 사고 발생일로부터 3년간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수혜자가 많지 않다.
한부모가정의료보험은 아동양육비를 지원받는 한부모가족의 만 13세 이하 아동과 그 부양자 중 생계·의료급여 대상자가 아닌 자를 대상으로 상해·질병 후유장해, 입원일당, 암진단비, 골절진단비 등을 지원한다. 서금원은 2020년 30억2,000만 원(20만8,889건), 2021년 30억,2000만 원(21만1,829건), 2022년 27억6,000만 원(15만5,005건), 2023년 25억4,000만 원(14만4,079건) 등 연 평균 28억3,500만 원의 예산을 보험료로 투입했다. 같은 기간 대상자가 수령한 보험금은 각각 6억1,000만 원(2,676건), 6억,9000만 원(2,987건), 10억7,000만 원(5,391건), 6억9,000만 원(4,263건)에 불과하다.
두 보험 모두 대상자에 선정되면 별도 신청 없이 자동으로 가입되지만, 문제는 가입 사실을 몰라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금원 측은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등에 안내문을 배포하고, 대상자에게 정기적으로 안내문자를 발송하는 등 홍보 활동을 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복지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두 보험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지원 대상자인데 이를 몰라 청구하지 못하는 사이 보험사는 매년 40억 원을 앉아서 벌고 있는 실정이다. 서금원 관계자는 "대상자에게 보험 가입 여부 등을 안내하는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