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으로부터 반독점 조사를 받고 있는 애플이 유럽 아이폰 사용자에게 애플페이 외 다른 결제 방식을 허용하기로 했다. 원칙적으로는 삼성의 '삼성페이'도 사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애플이 아이폰의 '탭앤고'(tap-and-go) 기술에 경쟁업체들의 접근을 허용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탭앤고는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능을 활용해 휴대폰을 거래 단말기에 갖다 대면 상품 결제를 할 수 있게 하는 기술로, 현재 애플은 자사 기기에서 애플페이 애플리케이션(앱)에만 이 기능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달 25일부터는 외부 경쟁업체들도 애플 기기에서 탭앤고 기술을 활용하는 모바일 지갑 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이날 발표의 골자다. 알파벳과 삼성이 애플에 자사 앱 적용을 요청할 경우, 아이폰 등에서도 구글페이·삼성페이 등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EU는 애플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연 매출 최대 10%에 해당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변화는 EU와 애플 간 '반독점 전쟁'에서 애플이 한발 물러선 데 따른 것이다. EU는 2020년 애플페이만 허용하는 애플 방침에 대해 반독점법에 따른 조사를 개시했고 2022년 5월 '불법에 해당한다'는 예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애플은 지난 1월 NFC 기능을 타 경쟁업체 앱에도 허용하는 시정안을 EU에 제출했다. 과징금을 피하기 위해 애플이 독점 방침을 철회한 것이다. EU는 지난 3월 '음악 스트리밍 앱 개발자들에게 불공정한 규칙을 적용했다'며 애플에 18억4,000만 유로(약 2조7,000억 원)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