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유엔군사령부(유엔사) 회원국 가입이 임박했다. 가입에 마침표를 찍게 되면 6·25 전쟁 때인 1950년 유엔사 창설 이래 신규 회원국이 가입하는 첫 사례가 된다. 유럽과 인도태평양의 안보 협력 간 네트워크를 강화하려는 미국의 글로벌 전략과 우크라이나 전쟁과 맞물려 우려되는 북러간 군사 밀착에 대한 전략적 고려가,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와 맞물린 결과다. 유럽의 대표적 경제·군사 강국인 독일이 합류하면 대북 억지력 확장에 청신호가 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독일의 유엔사 가입 신청에 환영의 뜻을 전하면서 "앞으로 관련 절차가 조속히 마무리되는 대로 독일이 유엔사 회원국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독일은 올해 초 유엔사 가입 의사를 한미 양국에 알렸다. 유엔사 검토를 거쳐 미 국방부의 최종 검토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인데, 군 안팎에선 사실상 가입이 확정됐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본다. 독일이 유엔사에 가입하면 회원국은 총 18개국이 된다. 6·25 전쟁에 전투병을 파병한 미국과 영국, 프랑스, 캐나다, 튀르키예, 호주 등 14개국과 의료지원단을 파견한 노르웨이, 덴마크, 이탈리아 3개국에 독일이 추가되는 것이다. 독일은 2019년에도 유엔사 가입을 추진했으나, 당시 문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독일은 의료지원단이 휴전 후 도착했다는 이유로 지원국에서 빠져있다가 2018년 포함됐다. 지원국에 포함된 것은 회원국 가입을 위한 조건으로, 회원국이 되면 유엔사에 참모 및 병력을 파견해 의사 결정에 관여할 수 있다.
독일의 유엔사 가입은 대북 억지력 확장 차원에서 유엔사 역할을 강조한 윤석열 정부의 기조와 맞닿아 있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의 남침을 차단하는 최대 억제 요인"이라며 이례적으로 일본에 위치한 유엔사 후방기지 7곳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엔사 후방기지는 한반도 유사시 중요한 병참 기지로 활용될 수 있다.
또 유엔사 회원국은 자국의 법적 절차를 거쳐 유사시 군사, 의료, 군수 등 지원 형태 및 규모를 결정하게 되는데, 충분한 지원 역량을 갖춘 독일의 합류는 대북 억지력을 높일 수 있는 든든한 우군을 확보했다는 의미가 된다. 유엔사는 유사시 우리에게 우호적인 국제 여론을 형성하는데도 큰 몫을 하기 때문에 독일의 높은 국제적 위상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유엔사의 다양한 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11월 사상 처음으로 '한·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회의'를 열고 △신규 유엔사 회원국 가입 △유엔사 참모부 한국군 참여 △유엔사 회원국들의 연합 연습·훈련 참가 △전시작전권 전환 이후 유엔사의 역할 등 유엔사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독일 입장에서도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밀착하고 있는 북러의 군사협력 등 유럽의 안보 상황과 맞물려 전략적 가치가 적지 않다. 최근 유럽을 방문했던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유럽 국가들도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북한에 상당한 위협을 표시했다"며 "북한 문제를 이제는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미국 입장에서 독일의 참여는 나토와 인태 전략을 연결시키는 고리로서 큰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