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지목된 정종범 해병대 2사단장(소장)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항명 혐의 재판을 심리 중인 중앙군사법원에 중계 혹은 서면 방식으로 증언을 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증인 출석 요청에 불응해 과태료를 부과받자 증언 의지가 있다는 점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 소장은 5일 중앙군사법원에 "작전 책임지역 내에 있는 중계가 가능한 곳 등에서 증언을 할 수 있는 여건, 혹은 서면 증언 등 적절한 방식으로 증언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달라"고 요청하는 의견서를 냈다. 정 소장은 "(요청을 받아줄 경우) 적극적으로 증언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소장은 해병대 부사령관이던 지난해 7월 31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박 대령에게 사건 기록 이첩 보류 지시를 내린 직후 이 전 장관 주재로 열린 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회의 도중 "누구누구 수사 언동하면 안 됨" "사람에 대해서 조치 혐의는 안 됨" 등이 적힌 메모를 남겼다. 메모 내용이 정확히 누구의 발언이고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정 소장 증언을 들어봐야 한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그러나 정 소장은 재판부의 증인 출석 요청을 받고도 5월 17일 4차 공판과 지난달 11일 5차 공판에 불출석했다. '전방 작전부대 지휘관으로서 대비 태세 유지를 위해 자리를 비우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군사법원은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하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고 과태료를 부과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다시 출석하지 않으면 7일 이내의 감치(의무불이행자를 교도소·구치소 등에 가두는 제도)에 처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출석하지 않은 정 소장에게 과태료 300만 원을 부과하고, 다음 기일에 다시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이에 정 소장은 "증언 회피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북한은 최근 한 달간 도발을 지속해왔다. 의견서 작성 전날인 1일까지도 북한 도발은 지속돼 수시로 작전지휘 및 상황관리, 즉각적 소집태세에 임하고 있다"며 증인 출석이 어려운 이유를 재차 언급하면서도 "이 사건이 채 상병 사망사건 연관 사건이라는 점에서 증인의 진술이 가지는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소장은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채 상병 특별검사법' 입법 청문회에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화상으로 증언한 점을 언급했다. 이어 "불가피하게 증인 출석이 제한되고 있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고, 증언 의지를 확실히 갖고 있다"며 중계 증언 등의 방식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