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탄핵에 "의회 조사권 한계, 외국선 60년 전 지적" 비판

입력
2024.07.10 18:36
차호동 대검 연구관, 내부전산망서 주장
"탄핵, 입법부가 사법·행정 하겠다는 것"
美·日 사례 들며 "한국에 지적 유효 참담"

야권에서 추진 중인 검사 탄핵소추에 대해 '외국에선 60년 전 지적된 사안'이라는 검찰 내부 비판이 나왔다.

대검찰청 검찰연구관인 차호동 검사는 10일 검찰 전산망 이프로스에 "(검사 탄핵이) 하도 기가 차고 상식을 넘어선 일이다 보니 대한민국 헌정사상 선례가 없다"면서 "이런 일이 있을 때면 다수당(더불어민주당)에서 즐겨 소환하는 외국 사례를 먼저 소개해 본다"고 썼다.

그가 먼저 소개한 건 미국 판례다. 1955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의회 위원회에 소환된 증인이 답변을 거부해 기소된 사건에서 "의회의 조사 권한을 법집행기관의 권한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이런 권한은 행정부와 사법부에 부여된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일본 검찰 사례도 거론했다. 1954년 집권여당 간사장 등을 수뢰 혐의로 구속하려는 일본 검찰을 막기 위해 당시 일본 의회가 검찰총장과 동경지검장을 증인으로 소환하고 수사기록 제출을 요구하자 검찰이 증언 및 수사기록 제출을 거절한 사례다. 일본 학자 나카조 히로시가 1960년 논문에서 "의회가 실시하는 조사는 자칫 사적 내지 당파적 관점에서 인신공격이 돼 하법화된 잔학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권력분립의 원칙을 침해해서는 안 되고 조사권의 본질과 행사의 한계가 있다"고 평가한 것도 적었다.

차 검사는 이어 "2024년 대한민국에 60년 전 외국의 지적이 유효한 것이 참담하다"고 지적했다. 검사 탄핵 추진이 입법부가 사법·행정 기능을 모두 갖겠다는 것이라는 취지다. 그는 "진행 중인 수사, 재판과 관련된 검사를 국회로 불러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 허용된다면 향후 국회가 정치적 목적으로 수사, 재판 진행과 상관 없이 담당 검사와 판사를 불러 국회를 열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수당 관련 수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관련 검사들을 부르겠다는 것은 피의자와 피고인 스스로 자신의 심판관이 되겠다는 것"이라며 "제가 공수처에 고발당해 수사를 받고, 재판을 받는 중에 '검사는 소환 권한이 있으니 그 공수처 검사들을 일단 아무 죄로 입건한 다음 소환하겠다'고 하는 게 가능하겠느냐"고 꼬집었다. 또한 "헌법재판소법 제40조에 따라 재판 당사자가 제3자 자격의 증인이 될 수 없다"며 "(탄핵) 소추대상자를 증인으로 조사하는 것은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에도 정면으로 반한다"고 지적했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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