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에서 대(對)북한 정책을 전담해 온 정 박 대북고위관리가 최근 사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미 간 한반도 비핵화 협상 교착이 장기화하고 북한·러시아의 군사 공조가 강화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대북 정책 최고위 당국자 자리에 공백이 생긴 것이다.
미국 국무부는 9일(현지 시간) 한국일보 질의에 대변인 명의로 “정 박 박사가 7월 5일 자로 국무부 대북고위관리 겸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직에서 물러났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우리는 2021년 취임 이후 북한에 대한 박 박사의 지칠 줄 모르는 헌신과 강력한 리더십에 감사하며 앞으로의 행보에 행운이 있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당분간 국무부의 대북 정책을 감독할 것이라고 밝히며 박 대북고위관리의 사임 사실을 확인했다.
앞서 연합뉴스는 이날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박 대북고위관리가 지난주까지 근무하고 국무부를 떠났으며, 현재 국무부가 후임자 인선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계인 박 대북고위관리는 미국 국가정보국(DNI), 중앙정보국(CIA) 등에서 북한을 포함한 동아시아 업무를 담당하다가 2017년 9월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한국석좌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 인수위원회를 거쳐 2021년 1월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로 발탁됐다. 한동안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를 겸직했던 그는 지난해 말 성 김 전 대북특별대표가 은퇴함에 따라 올해 초부터 ‘대북고위관리’라는 직함으로 국무부 내 대북 정책을 총괄하는 한편, 한미 및 한미일 간 대북 정책 조율 때 미국 측 수석대표로 나섰다.
북한의 연쇄 도발과 북러 군사 협력 강화 기류 속에 바이든 행정부 최고위 대북 외교 담당자가 사임하면서, 공백 상태가 길어질 경우 한미 및 한미일 간 대북 공조와 관여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한국도 지난 5월 외교부 조직 개편을 통해 차관급 대북 외교 전담 조직인 한반도평화교섭본부를 국장급 조직인 한반도정책국으로 축소하고 외교전략정보본부 아래에 넣으며 대북 외교의 비중을 줄인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