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사기' 후 성형? 필리핀서 중국계 도박장 불법 병원 적발

입력
2024.07.10 04:30
병원서 중국·베트남 의료인 체포
모발 이식, 치과 관련 기기 발견
"범죄 피하려 외모 극적으로 바꿔"

필리핀에서 중국계 온라인 도박 업체가 운영하는 무허가 병원이 적발됐다. 현지 당국은 사기 행각에 가담한 이들이 신원을 숨기기 위해 이곳에서 시술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필리핀 대통령 직속 조직범죄대책위원회는 최근 마닐라 파사이 지역에서 역외게임사업자(POGO)가 운영하는 불법 의료 시설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병원을 급습했다.

병원에서는 중국인과 베트남인 의사, 약사, 간호사 총 5명이 체포됐다. 모발 이식용 장비와 치과 임플란트 의료기기, 피부 미백 관련 장비, 수술대도 현장에서 다수 발견됐다. 해당 병원은 필리핀 식품의약국(FDA)에 등록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책위는 해당 장소에서 이뤄지는 시술 행위가 범죄 조직과 연관돼 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윈스턴 존 카시오 대책위 대변인은 “병원에서 발견된 장비만으로도 사람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바꿀 수 있다”며 “이 같은 무면허 의료 시설은 (POGO 관련) 범죄자들이 체포를 피하기 위해 외모를 극적으로 바꾸는 장소로 이용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POGO는 필리핀에서 운영되는 온라인 카지노로, 도박이 금지된 중국 본토 고객을 겨냥해 만들어졌다. 설립 과정에 중국 자본이 대거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부가 허가한 업체는 43곳뿐이고 나머지 250곳은 불법 운영 중이다.

이들이 음지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온라인에서 이성인 척 접근해 돈을 뜯는 사기)은 물론 밀입국 알선, 인신매매, 성매매 등에 나서는 까닭에 범죄 온상으로 여겨진다. 병원이 POGO에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성형을 통해 외모를 바꿔 경찰 추적을 피하도록 돕는다는 의미다.

대책위는 불법 POGO 시설에서 폭행·고문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은 노동자들도 이 병원에서 치료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전국에 유사 불법 의료 시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필리핀 의회는 중국이 POGO를 통해 필리핀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보고 이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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