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명품백, 알선수재 성립 여지"… 권익위, 소수의견에 포함

입력
2024.07.09 15:30
4면
"알선수재 요건" "대통령기록물 아냐"… 소수의견 개진
권익위 "청탁금지법상 제재 규정 없다"… 형식논리 비판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전원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뇌물 또는 알선수재로 볼 여지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이런 의견을 제기한 권익위원들은 김 여사 건의 수사기관 이첩을 주장했지만, 권익위는 표결을 통해 '사건종결' 의결서를 최종 확정했다.

한국일보가 이날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지난달 10일 권익위 전원위 회의록에 따르면, 한 권익위원은 "참여한 사람들이 어떤 사람이고, 둘(김 여사, 최재영 목사) 간에 어떤 행위가 있었는지 이런 부분을 고려하게 되면 알선수재죄도 충분히 성립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권익위원도 "금품수수가 뇌물성으로 볼 여지도 충분하고, 알선수재와 관련된 구성요건도 외형적으로 갖추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권익위원은 김 여사에게 가방을 건넨 최 목사가 몰래카메라 등을 찍은 것에 대해선 "뇌물공여의 특징적인 것 중 하나가 사진이나 녹음을 남겨놓는 것"이라면서 "뇌물공여자의 일반적 행태"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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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결' 처리에 힘을 실은 권익위원은 "최종적으로 결론 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금품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뇌물이라는 표현은 아직은 쓰시는 게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의도를 갖고 양두구육으로 음흉한 사건을 했다고 본다"며 뇌물공여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해 금품 등을 수수 또는 약속한 사람에 대해 적용하는 알선수재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구형할 수 있도록 한다. 야당을 중심으로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김창준 전 미국 하원의원의 국정자문위원 임명을 부탁한 자체가 알선수재가 성립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해당 가방이 대통령실 주장과 달리 대통령기록물에 속하지 않는다는 견해도 제기됐다. 한 권익위원은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다른 사례 같은 경우 대부분 국가원수로부터 받았다"며 "국가라는 게 국격이 있는데 그 수준에 맞게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안 같은 경우 선물 전달이 굉장히 은밀하게 이뤄졌고, 전달 장소나 지위가 여태까지 해왔던 대통령기록관에 있는 내용과는 판이하다. 따라서 이건 선물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권익위 '표결'로 종결… "지나친 형식논리" 비판도

이 같은 소수의견이 있었지만 권익위는 해당 사건을 표결에 붙여, 15명의 권익위원 중 9명의 찬성으로 종결 처리했다. 수사기관의 판단을 받아보자는 '이첩' '송부' 결정은 각각 3명이었다.

공개된 의결서에서 권익위는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배우자 등의 금품 수수금지 의무는 규정돼 있지만 제재 규정이 존재하지 않음이 법령상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이첩' '송부' 주장에 대해선 "제재 규정이 없기 때문에 범죄의 혐의가 있거나 수사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알선수재 등 다른 법을 적용해야 한단 주장에 대해선 "청탁금지법에 권익위가 다른 법을 의율해 사건을 조사 처리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며 "임의적으로 사건을 조사해 처리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윤 대통령 신고의무 규정 위반 의혹에 대해서도 권익위는 "대통령에게 청탁금지법상 신고의무가 발생하지 않아 청탁금지법에 따라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법률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데,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은 "240만 공직자 배우자를 법에 근거도 없이 처벌해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사건으로 공직자 배우자까지 규제하고 처벌해야 하는지 논의해 볼 필요는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권익위의 판단이 형식논리에 지나치게 의존했다는 비판도 권익위원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한 권익위원은 "국가기관이라고 한다면 죄명에 구속되지 않고 사실관계에 기초해서 수사 의뢰나 고발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른 위원은 "권익위가 대외적으로 대통령을 보좌하는, 또는 대통령을 지지하는 외관을 보여주는 것으로 오해를 받기 때문에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박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