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이 된 조상을 추모하고 기리는 문화가 발달한 동아시아에서도 조상숭배의 정도가 국가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은 유교 문화권인데도, 해당 의식이나 제례의 정도가 가장 낮은 쪽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에 따르면, 일본 성인의 85%가 “가족 묘지가 있다”고 했고, 79%는 “최근 1년 내 가족묘를 방문해 청소 등 성묘를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베트남도 가족묘 보유율이 84%, 방문한 비율은 81%에 달했다. 반면 한국은 가문의 조상을 모신 묘를 보유한 비율은 55%, 매년 참가하는 비율은 43%에 머물렀다. 이는 말레이시아의 가족묘 보유율(54%)이나 캄보디아(53%) 인도네시아(52%) 싱가포르(47%) 태국(45%) 등과 유사한 수준이다. 퓨리서치센터는 “일본의 경우 화장 문화가 발달했지만, 베트남에서는 대부분 매장을 선호하는 등 구체적으로 유해를 수습하는 문화에서는 차이점을 드러냈다”고 덧붙였다.
조상에 대한 제례 활동에서 차이가 났다. ‘최근 조상을 기리기 위한 활동’을 묻는 질문에 '영정 앞에 향을 피운다'(Burned Incense)는 답변은 베트남 96%, 대만 81%, 일본은 79%에 달한 반면 한국은 45%로 절반에 그쳤다. 또 헌화(獻花), 혹은 거촉(擧燭)을 한다는 답변도 베트남(90%)이나 일본(78%)에 비해 한국은 45% 수준이었다.
‘음식물 봉헌’ 등 제사상 차림에 대해서도 한국(52%)은 베트남(86%) 대만(77%) 일본(70%)보다 적었다. 퓨리서치센터는 “돌아가신 조상에게 돈(저승 돈) 등 사후에 필요할 다른 물건을 봉헌하는 관습은 베트남(73%)과 대만(70%)에선 일반적이었지만, 다른 국가에선 거의 행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돌아가신 날짜를 기념해 제례를 지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스리랑카(93%)와 태국(90%)에서는 압도적으로 ‘그렇다’고 답했다. 특히 불교도들은 제례 활동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지만, 기독교인들은 대체로 소극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퓨리서치센터는 “다만 베트남 기독교인들은 제례 활동에 적극적이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조사는 퓨리서치센터가 지난해 6~9월 한국과 일본 대만 홍콩 베트남 등 동아시아 5개국(성인 1만39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와 2022년 6~9월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스리랑카 태국 등 동남아 6개국(1만3,122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를 합산해 분석한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