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히 전달된 명품백, 대통령기록물 아냐"… 권익위 소수의견 보니

입력
2024.07.09 13:43
"다른 기록물 경우 대부분 국가원수로부터 받아"
"공적 만남이나 행사 자리에서 받은 것 아니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논의 과정에서 해당 가방을 대통령기록물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가 다수 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김 여사 사건을 종결 처리한 권익위의 결정이 지나치게 형식논리에만 의존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국일보가 9일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지난달 10일 권익위 전원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A 위원은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다른 사례 같은 경우 대부분 국가원수로부터 받았다"며 "국가라는 게 국격이 있는데 그 수준에 맞게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안 같은 경우 선물 전달이 굉장히 은밀하게 이뤄졌고, 전달 장소나 지위가 여태까지 해왔던 대통령기록관에 있는 내용과는 판이하다. 따라서 이건 선물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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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위원도 "주고받은 사람의 의사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건 공적인 행사 과정에서 받았는지, 장소가 어디였는지, 어떤 대화가 있었는지 등"이라면서 "이것이 공적인 만남이나 행사 자리에서 만난 게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기록물로 판단하긴 어렵다"고 언급했다.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명품백을 수수한 장소가 자신의 코바나콘텐츠 사무실인 점 등을 미뤄봤을 때 공적인 만남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명품백 수수를 '뇌물'로 보는 의견도 있었다. 한 위원은 "대법원 판례에선 함정수사는 원칙적으로 위법하다고 보고 있는데, 그 자체만 갖고 뇌물성이 부인된다고 보고 있진 않다"면서 "(함정수사와) 뇌물공여를 시험 삼아 하는 것은 당연히 다르다"고 했다. 아울러 최재영 목사가 몰래카메라 등을 찍은 것에 대해선 "뇌물공여의 특징적인 것 중 하나가 사진이나 녹음을 남겨놓는 것"이라면서 "뇌물공여자의 일반적 행태"라고 했다.

권익위가 지나치게 법리에 의존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A 위원은 "알선수재죄도 충분히 성립할 여지가 있다"면서 "국가기관이라고 한다면 죄명에 구속되지 않고 사실관계에 기초해서 수사 의뢰나 고발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의 필요성이 인정되기 때문에 이첩하는 게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C 위원은 "신고자가 법률전문가가 아닌데, 정확하게 법률적 판단으로 맞다 틀렸다 하는 건 너무 형식적인 것"이라며 "사실 관계에 관해 어느 법을 적용해서 이걸 처리할 건지에 대해선 당연히 국가기관에서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국민적 여론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위원은 "권익위가 대외적으로 대통령을 보좌하는, 또는 대통령을 지지하는 외관을 보여주는 것으로 오해를 받기 때문에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은 "국민적 관심사를 해소하는 측면이 있다. 재심 사유에 없어서 종결하는 것은 임의적 재량적 규정인데, 여기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중요한 사안을 단순히 종결해서 처리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세인 기자
김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