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뻔한 것 같으면서도 늘 새롭다. 짧은 일정에 갈 곳은 많고 즐길 거리도 다양해 동선 짜기가 만만치 않다. 제주관광공사가 콕 집어 추천하는 테마별 여름 여행지를 소개한다. 이른바 ‘햇빛 찬란한 제주 여름, 푸른빛 추억’ 여행지다.
국내에서 물빛이 곱기로 제주 바다를 따를 곳이 없다. 그저 바라만 봐도 좋지만 해변을 맨발로 걷는 어싱(Earthing), 보석같이 숨은 물놀이 장소, 돌고래를 볼 수 있는 명당은 따로 있다. 건강까지 고려하는 체험 여행으로 맨발걷기가 유행이다. 잘게 부서지는 파도 소리와 땅의 기운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서귀포의 중문색달해수욕장, 제주시의 이호테우해수욕장과 삼양해수욕장을 추천한다.
더위가 가시지 않을 때는 푸른 물결에 풍덩 몸을 맡겨보는 건 어떨까. 휴가철 인파를 피하고 싶다면 숨은 명소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 곳곳에 도민들만 아는 ‘피서맛집’이 숨어 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깨끗한 물에서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서귀포 강정천이나 논짓물이 제격이다. 안덕면의 소금막해변(황우치해안), 남원읍의 태웃개, 서귀동의 정모시쉼터도 주민들이 즐겨 찾는 피서지다. 제주시에서는 코난해변, 월령포구, 신촌포구를 추천한다. 단 안전요원이 없는 곳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해안도로를 달리며 시원하게 바다를 즐기는 것도 방법이다. 김녕에서 성산 오조로 이어지는 ‘김녕해맞이 해안로’로 차를 몰면 초록빛 바닷바람에 시원하게 스트레스를 날려 보낼 수 있다. 운이 좋으면 반짝거리는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돌고래를 만날 수도 있다. 돌고래는 제주어로 곰식이, 수애기라 불린다. 수족관이 아니라 드넓은 바다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돌고래를 보는 건 그 자체로 감동이다. 서귀포 대정읍 뿔소라공원, 카페 ‘미쁜제과’ 앞, 영락리 포구와 제주 애월읍의 구엄리 돌염전이 행운의 장소로 꼽힌다.
제주 여행에서 추억 사진을 빼놓을 수 없다. 화보 속으로 들어간 듯 햇빛이 은은하게 비치는 숲과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는 조명이 필요 없다. 조천읍 교래리 샤이니숲길, 구좌읍 종달리 고망난돌 쉼터, 김녕로 떠오르길(봉지동복지회관 부근)은 셔터만 누르면 인플루언서가 되는 마법 같은 장소다. 떠오르길은 간조 때만 수면 위로 드러나기 때문에 물때를 확인해야 한다.
해외에 온 것 같은 이국적인 장소도 많다. 애월읍 상가리야자숲은 대를 이어 가꿔온 농장 주인의 추억과 애정이 더해진 장소다. 하늘 높이 뻗은 야자수가 장관을 이룬다. 조천읍 돌문화공원 하늘연못은 제주의 푸른 추억을 저장할 수 있는 곳이고, 바다와 어우러진 한림읍 월령리 선인장 군락지는 쉬엄쉬엄 산책하며 찬란한 여름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제주의 숲길은 비가 올 때 더욱 운치 있다. 첫손에 꼽히는 조천읍 사려니숲길에는 무장애나눔길이 조성돼 있어 휠체어를 타거나 유모차를 끌어도 산책이 가능하다. 비자림과 절물자연휴양림도 은은하게 안개가 깔리면 더욱 분위기가 살아나는 숲이다. 추적추적 빗소리, 젖은 땅에서 올라오는 흙 내음마저 감미롭다. 비 내리는 날, 운이 좋아야 볼 수 있는 엉또폭포 또한 장마가 선사하는 특별한 선물이다.
여행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비가 많이 내리면 실내 볼거리를 추천한다. 국립제주박물관을 비롯해제주도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등은 잔잔하게 예술적 감성을 끌어올린다. 하우스오브레퓨즈, 아르떼뮤지엄, 빛의벙커 등 몽환적 미디어아트를 선보이는 전시장도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경관 조명을 밝히는 탐라해상풍력단지, 제주목관아, 새연교 음악분수는 잠들기 아쉬운 여름밤의 추억을 더해줄 장소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