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 중인 경북경찰청이 8일 입건된 해병 관계자 9명 중 6명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하고, 임성근 전 해병1사단장 등 3명은 불송치 결정했다. 지난해 7월 19일 사건 발생 1년, 지난해 8월 24일 국방부조사본부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지 11개월 만이다.
경북경찰청은 이날 오후 순직 해병대원 사망사고 수사결과 브리핑을 열어 당시 예천지역 수색부대 책임자인 해병 1사단 7여단장과 포병여단 선임대대장, 채 상병 소속부대장인 포7대대장 등 현장지휘관 6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밝혔다.
또 임 전 사단장과 포7대대 정보과장, 통신부소대장은 업무상과실치사의 공동정범의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불송치 결정했다.
경찰은 당시 ‘수중’이 아닌 ‘수변수색’을 담당한 해병대 현장지휘책임자인 7여단장이 “수중이 아닌 수변에서, 장화 높이까지 들어갈 수 있다”는 수색 지침을 내렸고 이는 사고 당일까지 유지된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사고 전날 밤 결산회의에서 선임대대장인 포11대대장은 “내일 우리 포병은 허리 아래까지 들어간다. 다 승인받았다”라며 수중수색이 가능한 것으로 오인케 하는 지시를 내렸고 이것이 사고 발생으로 이어졌다고 봤다.
또 채 상병 소속 대대장인 이용민 중령과 내성천 사고 발생 구간 수색을 담당한 본부중대장, 수색조장, 포병여단 군수과장 등 4명은 포11대대장의 수색 지침 변경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상부에 확인해 변경하거나 안전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함께 송치된 7여단장은 예천지역 수해현장 수색ㆍ복구지원부대인 해병 신속기동부대장으로서, 수차례 ‘장화 높이까지 수변수색’임을 강조했지만 포병 중심의 수색부대 특성과 기상 상황, 부대별 경험 등을 고려한 세심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을 물었다.
경찰은 7여단장 송치를 놓고 관리감독 소홀과 사망사고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법원 판단을 받아볼 필요성이 있다며 송치 대상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임 전 사단장에 대해서는 그동안 언론 등을 통해 여러 의혹이 제기됐으나 직원남용이나 업무상과실치사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직권남용죄 부문의 경우 당시 예천지역 수색을 담당한 해병대 작전통제권은 합참-2작전사령부를 거쳐 육군 50사단에 있었고 임 전 사단장은 작전통제권이 없었다. 임 전 사단장은 복장 등 여러 지시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월권행위’에는 해당하지만 형법상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과실치사도 임 전 사단장에게 수색작전과 관련해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의무 위반이 있고, 이것이 사고와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병대원 사망사고는 포11대대장의 사실상 수중수색으로 오인케 하는 지시가 그 직접적 원인으로, 임성근 전 해병1사단장에게는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최종 판단했다”며 “사고 진상과 책임자가 신속히 밝혀질 수 있도록 이후 형사사법절차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채 상병 소속 대대장인 이 중령 변호인인 김경호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과 김철문 경북경찰청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공수처에 각각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