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도쿄도(東京都)의 도지사를 선출하는 선거가 치러졌다. 도쿄는 일본의 수도로서 정치경제의 중심이자, 2024년 5월 기준으로 인구가 1,400만이 넘는 일본 최대의 도시다. 이번 선거는 등록한 후보만 무려 56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으며, 사전투표에 참가한 유권자수도 215만 명 이상을 기록해 역대 최다로 집계되었다. 사전투표는 4년 전 도지사 선거에 비해서도 40만 명이나 증가한 숫자였으며 최종투표율은 60.62%로 고이케 지사가 재선에 성공한 4년 전의 55%에 비해 높게 집계되었다.
선거는 재선의 현직 도지사인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중·참의원 양원에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참의원인 렌호(蓮舫), 기시다 총리의 지역구인 히로시마1구(広島1区)에 위치한 아키타카타시(安芸高田市) 시장 출신의 이시마루 신지(石丸伸二), 3인 간의 삼파전 양상을 보이긴 했으나, 결과는 3선에 도전한 고이케 지사의 승리였다.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도쿄도지사 선거는 1947년부터 지난 2020년까지 총 21번 치러졌다. 그 중 12번은 현직 도지사가 출마했고, 그들 모두 당선되었기에 현직 도지사들은 12승 0패라는 기록을 만들어냈다. '현직 무패의 법칙'은 이번에도 이어졌다. NHK가 실시한 출구조사에 의하면 고이케 지사는 여당인 자민당 지지층으로부터 60%대 중반, 연립여당인 공명당 지지층으로부터 80% 이상, 일본유신회 지지층으로부터 40%대 중반, 도민 퍼스트 회(*고이케 지사가 이끄는 도쿄 중심의 지역 정치단체) 지지층으로부터 90% 이상, 무당파층으로부터 30% 이상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파악됐다. 평소 지지하는 정당에 대한 응답이 자민당 25%, 입헌민주당 10%, 공산당 4%, 일본유신회 3%, 공명당 2%, 국민민주당 2%, 도민 퍼스트 회 2%, 레이와 신센구미 1%, 무당파가 48%였던 것과 대조해 보면, 고이케 도지사의 승리는 지지층 결집과 집권여당측이 지원한 결과라고 판단된다.
선거전에서는 저출산 대책과 수목 자원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메이지 신궁 외원지구 재개발 등을 둘러싼 논쟁 등이 주요 쟁점이 되었다. 한편 고이케 지사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에서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것과 팬데믹에 대응하면서도 2기에 걸친 8년간 달성한 성과를 강조하면서, 선거 기간 가두 유세 활동을 거의 하지 않은 채 공무에 집중하는 이례적인 선거 전술을 취했다. 이는 현직 프리미엄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전술로 해석되었으나, 한편으로는 후보들끼리 대등하면서도 공정한 토론과 경쟁이 이뤄지지 못했을 뿐 아니라, 공무활동을 선거 운동화 한다는 비판을 사기도 했다.
비판들이 제기되긴 했지만 고이케 지사의 선거 전술이 당선이라는 결과로 이어지자 실질적으로 그를 지원했던 집권 자민당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그러나 이번 승리는 자민당의 업적이라기보다 고이케 지사의 인지도와 실적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견해가 많아, 기시다 정권에게 반전의 기회가 되기는 어렵다는 평이 우세하다. 흥미롭게도 지난 4월 28일 실시된 중의원 도쿄 15구 보궐선거에서는 '오체불만족'의 저자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오토타케 히로타다(乙武洋匡) 후보가 고이케 지사의 지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11.5%를 득표하는 정도에 그친 바 있었다. 당선은커녕 득표율이 5위에 머무르는 실망스러운 결과였던 것이다. 정치자금 스캔들로 자민당에 대한 여론이 차가운 시기였으니 만큼, 싫던 좋던 자민당의 지지를 받은 것이 패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고이케 지사는 분명 일본 정치사에서 드물게 여성 정치인으로서 본인의 입지를 확고하게 다져왔고, 이번 승리를 통해 다시금 자신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기시다 정권의 미래가 위태로운 지금, 고이케 지사의 행보가 사뭇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