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8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탄핵 청원 인원이 100만 명을 넘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안보 불안을 조성해 비상탈출을 위한 탓이라고 주장했다. 우리 군이 최근 서북도서와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포사격 훈련을 재개한 데 대한 비난을 윤 대통령의 정치적 상황과 연결 지은 것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내정 간섭에 매우 유감"이라고 대응했다.
김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한 담화에서 "엄청난 재앙을 감수하면서까지 국경 일대에서 전쟁연습 소동을 한사코 강행하는 자살적 객기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라면서 "윤석열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자수가 100만 명을 돌파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쟁광들에 대한 내외의 규탄 배격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안보불안을 조성하는 것은, 최악의 집권위기에 몰리는 윤석열과 그 패당이 정세격화의 공간에서 비상탈출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라는 자가 대한민국 운명을 칠성판(시신을 안치하기 위해 바닥에 까는 송판)에 올려놓았다는 사실을 이제는 누구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부장의 이 같은 언급은 해병대가 지난달 26일 백령도·연평도 등 서북도서 일대에서, 육군이 지난 2일 경기·강원 등 서부~동부전선에 걸쳐 군사분계선(MDL) 5㎞ 이내에서 포사격 훈련 재개에 나선 것을 비난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김 부부장은 한미일 첫 다영역합동군사훈련인 '프리덤 에지'까지 언급하며 "반공화국 대결광란의 극치로서 지역에 대한 군사적 지배를 노린 미국과 적대세력들의 준동이 위험한계선을 넘어서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촉즉발의 위기 형국에서 한국 군대의 무분별한 실탄사격훈련이 어떤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가는 명백하다"며 "전쟁광들이 선전포고로 되는 행동을 감행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공화국헌법이 우리 무장력에 부여한 사명과 임무는 지체 없이 수행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국내 정치 상황과 맞물려 대남 비난에 나선 북한의 행보는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이에 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반정부투쟁을 자극하는 등 우리 사회의 분열을 시도한 것"이라며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도 게재함으로써, 인민의 지지를 받는 김정은과 탄핵 목소리가 커지는 윤석열 정권을 비교해 김정은 우상화 도구로 활용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북한이 우리 국가 원수를 비난하는 등 우리 내정에 간섭하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국론 분열을 꾀하려는 북한의 시도는 결코 통하지 않을 것이며, 핵·미사일 도발로 스스로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을 자초하고 주민들의 민생을 외면한 북한 자신의 모습을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